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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B님의 서재
  • 그대로 괜찮은 파랑
  • 진초록
  • 13,500원 (10%750)
  • 2022-05-30
  • : 26

가장 좋아하는 하늘은 아이스 블루 혹은 페일 블루. 우리말로는 연한 담청에 가깝고 얼어붙은 겨울 강의 얼음 빛깔을 닮은 색이다. (p.32)

 

색에서 위로를 얻는다. 색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우리는 색을 통해 늘 많은 것을 말하고 전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물어온다면 답하길 놓치지 않게 되는 질문. “무슨 색을 좋아하시나요?” 신간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파랑』의 진초록 작가는 더 나아가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의 팔레트에는 어떤 색이 채워져 있나요?”

 

나는 라벤더색을 딱히 좋아해본 적이 없다. 보라색 계열의 어떤 색에도 큰 뜻도 취향도 없다. 그럼에도 아마 그 라벤더색 가운이, 그 가운의 연보랏빛이 딸들에게 그렇게나 편안하고 인기 있었던 건 늘 엄마가 입던 것이어서였을 것이다. (p.55)

 

‘멍들고 깨지고 상처 입어도 우리는 여전히 푸르고 여전히 아름답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은 모두 색과 함께 온다’는 모토로 일상의 색채를 담아낸 저자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 팔레트를 펼쳐 보인다.

 

엄마의 라벤더색 샤워 가운, 한때 발레리나를 꿈꿨던 동생의 핑크색 토슈즈, 파리에서 맛본 샴페인의 복숭아빛, 그리고 흐린 하늘의 담청색까지. 저자는 차마 전체를 나열할 수 없는 삶 곳곳의 색으로 과거를 반추하고 지난 감정을 돌이켜 느낀다. 동시에 세상의 다채로움과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간의 허락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는 색이 있다. 세월이 묻은 사물들이 가진 색이 주로 그렇다. … 그런가 하면 저 스스로 시간을 머금는 사물들도 있다. 기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일상적인 사물이 시간과 함께 새로워지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오랜 시간 저를 조용히 묵혀온 서가의 헌책들에서 볼 수 있는 진한 생강색, 진저색을 아낀다. (p.196)

 

팔레트. 이 단어를 들으면 한 가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가수 아이유는 ‘팔레트’를 노래하며 자신을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말한 것. 작년 새해엔 나 스스로를 알고자 하는 마음에 첫 곡으로 이 노래를 들었다. 어떻게 자신을 모르나 싶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 아이러니 속에서 방황한다. 다채로운 경험으로 많은 색과 면모를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도무지 자신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팔레트에 채울 수 있는 색의 선택지는 늘어갔으나, 내 팔레트는 어딘가 듬성듬성 비어만 갔다. 굳은 물감을 짜내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경험과 가능성이 아무리 섞어도 탁해져만 갔다. 그제야 조금은 알게 된 사실 하나.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는 것, 그렇게 팔레트 빈칸이 하나 둘 채워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신의 색은 어떠한가. 어떤 색을 좋아하고 팔레트에는 어떤 색들이 가득 차 있는가. 다시금 이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건 결국 정답과 끝이 없기 때문이리라.




*본 게시글은 저자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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