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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B님의 서재
  •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신채윤
  • 13,500원 (10%750)
  • 2022-04-12
  • : 367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픈 순간에도 살아가는 것이다. 점점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가는 것. 겁을 먹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 이 여름을 살아가고 있다. 힘겹더라도 온몸을 다해. (p.101)

 


개인의 흔들림은 타인의 흔들림을 만나 반동을 주고받음으로써 잦아들곤 한다. 걱정, 고통, 고민, 방황. 사실 많은 이들은 여기에서 유발되는 아픔을 쉬이 드러내길 기피한다. 어차피 상대는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어두운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면 다들 불편해하니까, 아픔을 공유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이 또한도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그 흔들림을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홀로 몸부림치던 반동이 조금씩 잦아드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병에 걸리고 나서 정상이 아닌 곳으로 ‘내려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세계가 얼마나 좁고 단편적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외면한다고, ‘나는 그런 거 몰라’하고 지나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 삶이 분명히 있다. 내가 생각한 ‘보편성’이란 것이, ‘누구나 다 그럴 거야’라는 생각이 삶의 얼마나 작은 부분만을 담고 있었는지. (p.103)

 


2004년 출생의 작가 신채윤이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에세이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는 바로 그런 책이다. 이름, 모양, 정도는 제각각이지만 저마다의 아픔이 있는 사람들과 기꺼이 함께 흔들려주는 책 말이다.

 

여느 십 대 소녀와 다를 바 없었던 저자는 2019년 9월에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제도 없고 언제 나을지조차 불분명한, 100만 명 중 2명꼴로 갖는다는 희귀 난치병 ‘타카야수동맥염’을 진단받았다. 숱한 고통과 이전과 같지 않다는 좌절, 불쑥 밀려오는 우울 등 괜찮다고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아냈다.

 

으레 병은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앓기 전의 자신과 후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 노란색, 그림 그리기, 글쓰기. 좋아하는 것이 여전히 존재했고 함께 있어주는 따뜻한 이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소중한 자신의 오늘을 희귀병 때문에 홀연히 놓치지 않으려 했다. 병의 진행에 속절없이 좌절하기보다 치료의 진행에 집중하고 힘쓰면서 지금의 순간도 저자 자신이 살아가는 소중한 삶임을 매 장을 넘기며 보여준다.

 


내가 포기하고 잃는 것들이 아닌 것보다 많다고 믿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울고, 속상해하고, 우울해할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p.209)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부제에서도 드러나듯 저자는 아름다운 일상도 있는 자신의 삶을, 웃음을 잃지 않는 스스로를 결코 쉬이 포기하지 않겠다고 굳건히 다짐한다. 하늘은 쾌청하다가도 흐리고, 추적추적 울부짖다가도 따스한 빛을 비추곤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아픔을 하나 둘 지니고 있지만 그 고통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숨이 턱턱 막히다가도 숨이 넘어갈 듯 웃을 날도 많다는 것을, 책은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준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출판의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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