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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B님의 서재
  • 루호
  • 채은하
  • 9,720원 (10%540)
  • 2022-03-25
  • : 2,794

다름을 포용하고 차별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소셜미디어의 힘으로 여러 운동이 흐름을 타고 사람들의 인식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행동은 어떠한가.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막상 행동은 일치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다. 매스컴과 SNS는 그 다름을 보통과는 상이한 특별함으로 비추거나 이슈화하고, 결국 이는 화젯거리로 오르내리며 혐오와 낙인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게 현실이다. 인식에 그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엄연한 큰 차이다.

 


그동안 루호에게 변신이란 원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호랑이가 살아남으려면 꼭 변신을 해야 한다고 했으니까. (p.65)

 


채은하 작가의 장편동화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루호》는 이러한 문제들을 한국형 판타지 동화로 풀어나간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배척받고 본 모습을 숨겨야만 생존이 가능한 존재들이 그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잊지 마. (p.60)

 


호랑이 루호와 구봉 삼촌, 토끼 달수, 그리고 까치 희설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낸다. 그런 그들 앞에 불현듯 호랑이 사냥꾼 강태와 그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살기 위한 투쟁이 가열된다. 호랑이로 변한 괴물들이 사람들 속에 섞여 살고 있다며 쫓아내야 한다고 사냥을 나서는 강태와 달리, 그의 자식 지아와 승재는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연대한다. 행동으로 나서는 이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서로가 용기를 내어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강태의 주장이 뉴스와 SNS에서 활력을 얻자, 동네에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방송사 직원들과 인터넷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이슈를 키우고 관심을 얻으려는 사람들과 호랑이에게 숲을 허락하라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그 틈에서 여전히 호랑이 사냥에 목숨을 건 혐오자 강태와 친구들을 지키려는 지아, 승재까지. 다름을 대하는 서로 다른 군상이 한데 섞인 산기슭에서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들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보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하고.

 


숨은 호랑이들이 더 이상 쫓기지 않길, 우리 모두가 어떤 모습으로도 안녕할 수 있길 바라면서. (p.198, 작가의 말)

 


조금만 자신과 다르고 조금만 자신보다 특별한 존재로 생각되면, 상대를 자꾸 보통이 아닌 영역에 두고서 대하려고 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되었다. 배척하려는 고집도, 화젯거리에 편승해 이득을 취하려 하는 계산적인 마음도 그렇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개성을 지녔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존재다. 작가의 말처럼 모든 생명이 어떤 모습으로도 안녕할 수 있길, 인식을 넘어 행동하는 존재가 될 수 있길, 그리고 기꺼이 함께 연대하는 사회가 될 수 있길.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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