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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B님의 서재
  •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 박애진 외
  • 13,500원 (10%750)
  • 2022-03-02
  • : 292

“열일곱이에요. 우주선을 조종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나이죠. 배홍련이라고 해요.” (p.227)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착하고 도덕적이고 효심 지극한 주인공들을 통해 늘 마지막엔 교훈을 빼놓지 않았던 고전 동화들. 입에서 입으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란 운을 떼며 전해주곤 했던 추억의 이야기들이 SF와 만나 파격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곧장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도 과연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일까.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은 다 바보야. 하지 말라면 하지 않고, 하라는 거 다 하면서는 절대 살아남지 못해. 요령껏 해, 알겠지?” (p.9)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는 박애진, 임태운, 김이환, 정명섭, 그리고 김성희까지 5명의 작가가 각각 ‘심청전’, ‘별주부전’, ‘해님 달님’, ‘장화홍련전’, ‘흥부와 놀부’를 맡아 새롭게 써 내려간 SF 앤솔러지 작품이다.

 

인당수에 뛰어든 재능 있는 기술자 심청이(박애진, <깊고 푸른>), 신선한 간을 배달하기 위해 육지로 간 안드로이드와 클론의 만남(임태운,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해가 뜨지 않는 ‘밤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소녀와 소년, 호랑이 외계인의 모험(김이환, <밤의 도시>), 우주비행사 홍련이 계모의 계략으로 우주에서 실종된 언니 장화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정명섭, <부활 행성>), ‘흥부의 과학‘으로 인해 벌어지는 동생 흥부와 형 놀부의 형제 싸움(김성희,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까지. 차별과 시대적 한계로 이뤄질 수 없었던 당대 사람들의 소망을 담아 전해져 온 5가지 고전들이, 현재로선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기술로 풀어나가는 SF 형식으로 탈바꿈되면서 더욱 신선해졌다.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고전과 SF와의 조합은 기존 이야기들의 세계관을 훨씬 다채롭게 확장시켰다. 더욱이 작가들만의 개성 넘치는 해석으로 그려진 미래 세상은 기존의 고전들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동화 속 그림들과 함께 페이지를 넘기며 읽던 어릴 적 추억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성인이 된 현재 이번 작품을 통해 상상 속 호기심이 충분히 자극될 수 있으리라 본다.

 


“원하는 게 있으면 늘 전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p.124)

 


특히 단연코 돋보이는 점은 캐릭터들에게 일어난 색다른 변화다. 고전 속에서 항상 착하기만 했던 수동적인 인물들이 이번 SF 속에서는 스스로가 먼저 앞장서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주체적인 인물들로 변신했다. 더 이상은 신분이 낮아서, 가난해서, 여성이라서, 착해서 당하지만은 않는 주인공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통해 묵은 교훈을 뛰어넘는 통쾌함과 짜릿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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