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와 같은 순수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나 이상한 것 투성이일까!
세상에는 명령하고 잘난체하고 중독자에 일만 몰두하며 규율에 얽매이고 남의 공을 가로채는 어른들 투성이다.
엄마가 자기 전 머리맡에서 읽어주시던 동화책 만으로도 하루가 충만했던 그 때.
지금은 뭐가 그리 중요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것에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를 알아가는(길들이는) 것조차 버겁고 귀찮게 느껴져버린 지금.
이미 길들여진 관계는 얼마나 더 소중한지.
길들임은 사랑으로 확장되는 것일 것이다.
사랑은 비단 가족과 연인에 국한되자 않고 인류애 등 모든 형태의 사랑을 포함하는 것이겠지.
모든 사람들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았던 순수함을 되찾았으면..!
오랜만에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리운 것을 보니 나도 어른이 되긴 했나보다. 이 책에서 어린왕자의 자살로 묘사되는 어린왕자와의 이별은 결국 어른들 깊숙이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지나가 버린 어린시절의 내가 아닐까. 어른이 되어야만 보이는 어린왕자, 아이러니하다.
"꽃들이 가시를 만들어온 지 수백만 년이 되었어. 양들이 꽃을 먹은 것도 수백만 년이 되었고. 아무 소용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내려고 꽃들이 그렇게나 고생하는데,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하려고 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양과 꽃의 전쟁이 중요하지 않아? 얼굴이 빵간 뚱보 아저씨의 덧셈보다 더 중대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야? 우리 별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하나뿐인 꽃이 있어. 어느 아침, 작은 양 한 마리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르고 단번에 그 꽃을 먹어버려도 그게 중요한 않다는 말이야?"
"만일 누군가 수백만 개의 별 가운데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한다고 해봐. 그는 별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이렇게 생각하겠지. ‘내 꽃이 저기 어딘가 있어.‘ 양이 꽃을 먹어버리면 그는 모든 별들이 일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느낌을 받겠지.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야?"
어린 왕자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계속 말했다. - P43
"사람들은 어디 있어?" 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사막은 좀 외로워......"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워." 뱀이 대답했다. - P93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를 가져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그냥 평범한 장미였구나. 그냥 평범한 장미와 내 무릎만큼 오는 화산 세 개, 그 중 하나는 아마 영원히 활동을 못하는 휴화산이고, 그런 걸로는 훌륭한 왕자가 될 수 없어."
풀숲에 누운 채로 어란 왕자는 잠시 울었다. - P101
"내 삶은 너무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아.닭은 전부 똑같이 생겼고, 사람들도 그래. 지루하단 말이지. 그런데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삶은 햇살을 받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나는 네 발소리가 다른 사람의 발소리와 다른 걸 알아차리겠지. 다른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면 땅굴 속으로 숨을 거야. 하지만 네 발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나를 땅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밀이 전혀 필요하지 않지. 그러니 밀밭을 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슬프게도 말이야. 그런데 네 머리칼이 황금빛이잖아. 네가 날 길들인다면 두근거리는 일이 생길 거야. 이제 황금빛 밀밭을 볼때마다 네가 떠오를 테니까!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거고......" - P106
"너희는 아름답지만 텅 비어있어."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너희를 위해 생명을 바칠 사람이 없으니까. 물론 지나가는 행인에겐 내 장미가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그렇지만 나에겐 내 장미 한 송이가 너희 전부보다 훨씬 소중해. 왜냐하면 내가 매일같이 물을 주었거든. 유리덮개를 씌워주고 바람막이로 지켜주고, 그 꽃을 위해서 송충이들을 잡아주었거든. 불평을 들어주고 허영을 부려도 참아주고, 가끔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걸 참아준 것도 그 꽃을 위해서였어. 왜냐햐면 내 장미니까."- P111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봐야 보인단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되뇌었다.
"네 장미가 중요한 존재가 된 건,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내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어린 왕자는 다시 되뇌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잃어버렸지만." 여우가 말했다. "그래도 너는 잊지마. 내가 길들인 대상에 대해 넌 영원이 책임져야 한다는 걸. 넌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 - P111
"자기가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해서 바꾸는 건가요?"
"사람은 자신이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하는 법이란다."- P114
"그래.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걸 아름답게 만드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P119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허겁지겁 급행열차에 올라타. 정작 자기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냥 물안에 떨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럴 필요 없는데."- P121
"아저씨 별에서 사람들은 하나의 정원에 장미 5천 송이를 갖고 있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이 뭘 원하는지 결코 찾지 못해......"
"찾지 못하지." 나는 대답했다.
"한 송이 장미나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정말 그래." 나는 대답했다.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눈으로는 볼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만 해."- P122
"사람들은 누구나 별을 보지만, 별이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는 아니야. 여행자에게 별은 안내자야. 다른 누군가에게 별은 그저 작은 빛에 지나지 않고, 학자들에게 별은 풀어야 할 숙제야. 내가 만난 사업가 아저씨에게 별은 금이겠지. 별들은 아무 말도 않는데 말이야. 아저씨는, 아저씨 혼자만, 아무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야."- P132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내가 그랬듯이, 어딘가에서 낯선 양 한 마리가 장이 한 송이를 먹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주가 완전히 달라진다니 말이다.
하늘을 바라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양이 꽃을 먹었을까, 아닐까?‘ 대답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어른들은 이 일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걸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