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남동생이 가족의 동의 없이 데려온 고양이 한 마리를 갑작스럽게 키우게 되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와 다른 종이 한 집 안에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 못 올라다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떨어뜨리면 깨질 수 있는 물건의 위치는 알아서 바꿔 놓아야 했고 털은 얼마나 많이 빠지는 지 돌돌이는 필수템이 되었다.
오랫동안 그 아이와 같이 살면서 이제 점점 고양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분명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도도하고 개인주의가 강하다 했는데 집에 돌아오면 마중을 나오고 반갑다고 꼬리를 감고 애교가 넘친다. 따뜻한 곳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제 겨울이 오면 길고양이들도 자연스레 눈에 밟힌다. 내가 화난 것 같으면 눈치도 보고 눈물을 흘리면 옆에 조용히 와 위로해준다. 똑똑해 보이면서도 가끔 보이는 멍청한 모습은 가족 모두를 웃게 한다.
알고 나니 사랑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편가르기가 넘친다. 상대를 알려는 노력보다는 나와 다르면 무조건 비난부터 한다.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상대의 삶,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주는 크게 달라진다.
추가로 나와 다른 인종, 나와 다른 종에 대해 유독 배타적인 분들이 있다. 심하신 분들은 본인의 영역과 이익이 침해 당했다고 생각하면 해를 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고양이들이 내가 사는 곳에 와서 돌아다니는 것이 싫고 울음소리도 싫다며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 분들께 우리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닌 지구에 사는 수많은 종들 중 하나일 뿐이고 여러 인종 및 종들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주민이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실제로 우리 인간이 침해 당했다고 생각하는 상당 부분은 본래 다른 종의 영역이 아니었을까.
cf)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칼럼을 엮은 것이다 보니 동물보다는 교수님의 의견을 담은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은 충분히 와 닿았다.
제게는 소박한 신념이 하나 있습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입니다.- P13
토종이 제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곳에 쉽사리 뿌리내릴 수 있는 외래종은 거의 없다. - P57
외국에 비해 장애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장애인이 적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길에 나서기 너무도 불편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그날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 P65
하지만 진화란 언제나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P95
이처럼 동물들이 주로 먹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우리가 그들을 구분하는 것이지 그들이 항상 우리의 분류 체계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 P99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더욱 사랑하게 된다. - P208
우리가 도덕적이길 원하면 스스로 얼마나 비도덕적인지를 우선 가늠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를 증오로부터 구원해 사랑의 길로 인도하리라.- P282
우리의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 즉 이른바 도덕성도 진화의 산물이다. 도덕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감정은 스스로에게 유리하게끔 자연선택된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늘 옳고 적은 언제나 그르다. 내가 차를 빨리 몰면 운전 실력이 좋아서지만 남이 빨리 몰면 경솔한 짓이다. - P283
제가 감히 인류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함께 무릎을 꿇게 해 드렸다면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그저 일부라는 엄연한 사실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길 바랍니다.- P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