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선물로 읽게 되었다. 매우 긴 내용에도 불구하고, 번역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막히는 곳 없이 술술 읽혔다. 비록 한국계이긴 하지만 해외에서 자란 작가가 쓴 글 임에도 역사 공부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 게 느껴졌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일제강점기 치하의 우리 민족이 가졌던 삶의 애환에 같은 한국인으로써 같이 마음이 아팠고 힘없는 사람 하나하나 힘을 모아 독립에 자기의 방식으로 참여한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추가로 댓글을 읽고 알았지만 페미니즘?의 일환으로 그녀와 그를 모두 그로 통일하고 자궁 대신 포궁으로 번역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녀를 그녀라고 하지 못하고 그라고 해야하는 것이 페미니즘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도 안 될 뿐더러 그녀를 그라고 하는 바람에 읽으면서 앞선 대상 중에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읽으면서 되려 혼란만 야기되었었다.
pg 423에 가정부가 "당신네 기생들이 이렇게 끈 떨어진 연처럼 내버려지는 것도 업보지...... 자기 밥 벌어먹자고 멀쩡한 다른 여자 남편을 훔쳐 가는 족속들이잖아." 라고 조소를 흘리며 말하는 대사가 있다. 실제로 읽으면서 불필요한 섹슈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느꼈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이처럼 번역가가 페미니즘을 반영해 번역한 책인 것이 무색하게 이 책 속의 여자들 대부분은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들에게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장면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P250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 거지."- P429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 P513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P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