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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양뽀야님의 서재
  • 카프네
  • 아베 아키코
  • 16,200원 (10%↓900)
  • 2026-03-18
  • : 15,276

초조하고 불안감에 쫓겼던 그날들이 생각날까 봐 두려웠지만, 따뜻한 김이 나는 루이보스 차를 가만히 입에 머금자 그것은 아무런 죄 없는 그저 향기 그윽한 차였다.- P85
누구나 굶주리지 않고, 매일 생활하는 곳에서 편히 지낼 수 있어야 해요. 아이나 어른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라도.- P102
가사 대행을 하다 보면 대충 사람의 성향이 보이는데요,성실하고 노력가일수록 남의 도움을 받는 데 서툴러요.쓰러지기 직전이나 쓰러진 후가 아니면 도와달라는 것 자체를 태만이라고 느껴요. 스스로 얼마나 힘든지 자각 못 하는 사람도 많고요.- P114
왜 돈도 못 받는데 이렇게 열심히 해요? 좋은 일을 했다고 뿌듯해하고 싶어서? 아니면 동정이야? 우리 집은 빈곤 가정이니까. 맞은편 집 아줌마도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어린이 식당에 오라고 잔소리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나. 공부도 가르쳐준다나 뭐라나. 불쌍한 아이를 친절하게 대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아우라가 풀풀 풍겨서 진심으로 기분 나빠. 그런 사람들 진짜 싫어. 집까지 들이닥치기까지 한다니 최악. 자기 아이한테나 신경 쓰면 될 텐데.- P126
자격이 없든 미래가 암울하든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든, 사람은 반드시 언젠가 죽고 죽으면 전부 끝나니까요.
- P129
미래는 암울할지도 모르지만, 달갈과 우유와 설탕은 어지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너는 너랑 엄마가 먹을 푸딩을 네 힘으로 언제든 만들 수 있어.- P133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다음 달이나 다음다 음 달이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앞으로 쭉,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이에요.우선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이 아이를 지키는 것으로 이어져요.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부디, 지금은 싸워 이겨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얘기해보세요. 그래도 남편은 적이 아니에요. 생활이라는 전장을 함께 싸워나가는 동료죠. 남편이 그 사실을 되새길 수 있도록 지금 감정이나 바라는 바를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처음에는 같이 육아를 잘했다고 하셨으니까 아빠가 되려는 마음은 있을 거에요. 어쩌면 지금은 그저 자신감을 잃은 상태일지도 몰라요. 어른도 부모도, 겁먹기도 하고 의기소침해져서 적 앞에서 도망치기도 해요. 다들 그래요. 아무튼 어떤 선택을 하시든 한번 대화를 나눠보세요.
- P150
갖고 싶지 않으니까,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데요. 태어나는 게 좋은 일인지 저로서는 모르겠고, 아이는 자기가 자랄 환경도 고르지 못하는데 이렇게 점점 망가지는 세계에 몇십 년이나 되는 인생을 짊어지고 태어나게 한다는 게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P167
직업이 있고 집이 있고, 언젠가 태어닐 아이를 위해 모은 돈도 있으니, 분명 앞으로도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만으로는 마음을 지탱하지 못한다. 너는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누군가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을 긍정하지 못한다.- P168
외부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말없이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이란 안 그래도 엇갈리는 법인데, 말로 표현하는 것까지 포기하면 상대방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부인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표현하지도 못할 정도인 정신 상태일 가 능성도 있지만, 제게는 입을 다물어서 남편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여요. 게다가 아이는 버림받은 것을 분명 평생 잊지 못하겠죠.- P174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우연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문제없이 살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들이야. 부모 때문에 괴로워하고 버림받은 아이가 그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배제되는 기분이 드는지 상상하지 못하는 인간이니까. 들은 척도 하지 마. 부모는 그냥 피가 이어졌을 뿐인 인간이라는 걸 알아둬.- P190
훌륭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면 느긋하게 어른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어요. 부모를 믿고, 사랑받고 싶어서 시키는 대로 하며 최선을 다해 착한 아이로 살다가 엉망으로 망가지는 아이가 얼마나 많은데요. 이대로 어머니와 지내면서 이 아이들이 매일 밥을 잘 챙겨 먹고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다고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상처받는다는 순진한 소리 하지 마세요.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어른의 일 아닌가요?- P192
아이를 키우는 거, 엄청 힘들잖아. 돈이 들고, 그 돈은 일해야만 벌 수 있고, 그러니까 엄마는 매일 바쁘고 지쳐서, 그러면 가끔 전부 팽개치고 어디든 가고 싶어지는 거고, 그런 건 어쩔 수 없잖아...- P193
어머니는 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하실 거야. 그러니까 만약 앞으로 어머니와 너희에게 뭔가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말할게. 그럴 때는 이 명함으로 연락하면 상담 해줄거야. 돈은 걱정 안 해도 돼 . 아까 우리가 한 말, 너에게는 어머니를 비난하는 것처럼 들렸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아 니야. 우리나 이 명함의 변호사 같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려는 건, 너희도 어머니도 안심하고 살아갈 방법이야. 부디 기억해 줘. 이 나라에서는 어떤 아이든 안심하고 밥을 먹고 공부하며 살아가도 돼. 그게 모든 아이에게 약속된 권리야. 권리로 보장된 것이 부족한 상태라면, 너는 부족한 만큼 요구해도 돼.- P196
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그 집에 살던 시절에 내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랑받는다는 것이 애초에 뭘까.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의미라면, 지금 자신은 분명 아버지와 엄마가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그런데도 이토록 허무하다. 같이 살자고 웃으며 말하는 부모님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부담으로만 느껴지고 고독을 되새기게 할 뿐이다.- P223
누구든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야.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태어나고,어디에서 어떻게 자랄지도, 어떤 일을 겪을지도 선택할 수 없어. 그렇다면 죽는 방법만큼은 스스로 선택해도 좋다고 생각해. 목숨도 인생도 그 사람만의 것이니까 그 정도는 허용해도 돼.- P244
갑자기 눈앞에 닥친 여러 가지 사실에 감정이 엉망으로 무너져서, 수습할 수 없는 혼란 상태에 빠진 탓에 마음은 손쉽게도 분노라는 수단을 선택했다. 속았다고, 날 속였다고 피해자 인 척 굴어서, 중요한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신에게서 눈을 돌려 고통에서 도망치려 했다.- P256
내 인생, 내 목숨을 어떻게 쓸지는 나만이 정할 수 있다. 바라는 바가 있다면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 인간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P301
내 아기. 굶주린 적도, 심한 폭력에 노출된 적도, 생명의 위기에 처한 적도 없이, 나는 분명 행운을 누리며 살아왔다. 그런데도 나는 항상 여기 있어도 될지 몰라 불안했고, 더 사랑받기를 원했고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도 몰랐으면서 . 그래도 너를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줄곧 갈구하던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P316
네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나게 하는 죄를 갚기 위해서 준비한 것은 아주 많았다. 너를 태울 유아차와 수월하게 드나들 현관의 미닫이문 . 네가 어떤 꿈을 꾸든 있는 힘껏 응원하기 위해 모아둔 돈. 아기를 보면 미소가 지어지는 내 뺨. 너를 얻기 위해 몇 번이고 시술받은 내 난소, 내 자궁. 그런데도 너를 얻지 못해서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너를 지키겠다는 맹세. 어떤 순간에도 너를 끝까지 사랑하고 싶다는 소원. 그걸 너에게 주는 일은 아마 이제 없겠지. 대신이 아이에게 줘도 될까? 사실은 자기야말로 쓰러질 것 같으면서 상처받은 사람을 보면 그냥 두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그런 티를 조금도 보일 줄 몰라 뻔뻔하게 구는, 이 어쩔 수 없는 아이에게.- P316
나는 태어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해. 아이란 모두 부모의 욕망 때문에 태어나고, 태어난 뒤에도 부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가 많아. 보호하고 지원해도 다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아주 많지. 나는 아무리 해도 아이를 갖는 것은 불행을 겪는 인간을 이 세상에 또 하나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돼.- P330
저녁놀이 하늘을 물들였다. 마치 활화산 화구를 보는 것처럼 붉어진 하늘이 무섭도록 아름다웠다. 누나, 같이 돌아가자. 아직 혀 짧은 소리를 내던, 어린 남동생의 소리가 생각났다. 아름다운 하늘 너머를 가리키던 가느다란 손가락도. 나를 올려다보던 맑은 눈동자도. 가슴이 찢어질 듯이 괴로워서 눈물이 흘렀다. 누나는 여기에 있을게 . 혼자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까 여기에서 살아갈게.-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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