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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양뽀야님의 서재
  • 폭탄
  • 오승호
  • 17,820원 (10%990)
  • 2023-05-29
  • : 2,492

이 녀석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사랑하고,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예측 못 할 기습적인 폭발은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P71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상점가 영상으로 눈을 돌려도 한번 끊긴 집중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문득 시켓바늘이 머리를 스쳐 간다. 이 미 자정을 훌쩍 넘겨 날짜가 바뀌었지만 추가 연락은 없다. 다음 폭탄은 불발로 끝난 걸까...- P103
정말로 절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만약 있다고 해도 형사님께 알려 드리지는 않아요. 아니, 알려 드리고 싶어도 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요. 전 알고 있습니다. 전 형사님의 의심을 살 만한 사람인 동시에 보통 사람들보다는 한참 뒤떨어지는 존재이고, 그런 멍청이를 사람들은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아요.- P125
눈은 진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인간이 간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형사로 살아오며 꼭 타고난 거짓말쟁이가 아니어도 일정 수준의 놀람과 당혹감은 각오와 배짱으로 억누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눈빛만 으로 거짓말을 하는 자들도 있다.- P126
무릎이라도 꿇으면 모든 걸 털어놓을지도 모른다. 울면서 부탁하는 엘리트의 무능한 모습을 보며 우월감을 느껴 어쩔 수 없이 내가 한 사람 살려 줘야겠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경찰에 몸담은 자로서는 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손톱 뽑기 고문을 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P129
저에 대한 증오가 엄청나게 짙어졌어요. 맞죠? 아,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그런 건 누구보다 잘 캐치해요. 아마 날 때부터 남 눈치만 보며 살아왔기 때문이겠죠. 네, 분명 그럴 겁니다. 늘 벌벌 떨면서 살았으니, 그러니 형사님의 변화도 금방 알 수 있는 겁니다.- P151
설치된 폭탄은 터지는 순간만을 기다릴 뿐이다. 저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거나 염력으로 위기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모를까.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고 해서 달리 뭘 할 수 있을까. 적어도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 . 사람은 죽지 않는다.- P204
법이든 상식이든 상관없습니다. 행동의 결과와 책임을 정해진 절차대로 부과한다. 죄를 돌이켜보며 반성하게 한다.

반성이라, 과연 반성할까요? 그렇게 잔악무도한 무차별 폭탄테러범이.

적어도 전 그렇게 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P223
하지만 관계없는 타인까지 죽이는 건 좋지 않다는 건 의외로 최근에 형성된 사고방식이라고 해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해서 아닐까요? 생각해 보면 동료로 다른 사람을 구분한다고 치면 , 어쩔 수 없이 그럼 ‘동료는 누구인가? 어디까지 인가. ‘ 라는 이야기가 나와 버리니까요. 가족은 동료 같지만, 옆 마을 우체부 아저씨를 동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름도 얼굴도 모를 외딴섬 의사 선생님은 어떻죠? 만원 전철을 가득 채운 수많은 승객 중에는 누가 동료고 누가 동료가 아닌지 알 수도 없죠.- P359
묻지마 살인의 물감과 복수의 물감은 다르다. 법에 비춰 보면 같은 불법 행위라고 해도 엄연히 다르다. 직관적으로 그 차이는 명백히 느껴진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물감의 입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거의 다르지 않은 입자 모양에 도달할 것 같기도 했다.- P441
몇 명이 죽었을까. 다쳤을까 . 이곳에서는 피해 상황을 알 수 없다. 근처에서 불이 난 것도 아니고 부상자나 비명 소리도 이곳과 무관하다. 폭발음과 구급차 사이렌만이 사건을 알리고 있고, 그것만 없었다면 나에게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 아니. 일어난 것은 알고 있다. 수많은 죽음, 절망.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감정이 무너질 조짐이 보인다. 이러면 안 된다고 본능이 외쳤다. 이 감정은 안 된다. 이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P473
폭발해도 상관없다. 폭발해라. 더 폭발해라.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이마를 손톱으로 찍었다. 피부를 찢었다. 고통에 매달렸다. 그러 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이 감정은 너무도 강력한 나머지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억눌러야 한다. 집어삼켜야 한다. ‘그렇군.‘ 그 말을 씹어 없애야 한다. 우리 속에 가뒤야 한다.
- P474
잃어버리고 말았어. 당신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 거울 속 스스로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잃어버렸어. 잃어버렸어. 몇 번이고 외쳤다. 이제는 정말 끝이다. 끝. 모든 게 끝.- 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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