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쭈양뽀야님의 서재
  • 비눗방울 퐁
  • 이유리
  • 13,500원 (10%750)
  • 2024-11-08
  • : 12,072

내가 씁쓸하게 웃자 엄마가 따라 미소지었다. 천진하게까지 보이는 그 웃는 얼굴을 보자 또다시 마음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P12
흔히 치매 환자라고 하면 막연하게 기억력이 흐려지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엄마를 보기 전까진 나도 그랬으니까 . 그러나 엄마에게 있어 기억력보다 먼저 변한 건 감정이었다. 원래 타고나길 유순한 편인 데다 느긋하여, 세상만사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퉁쳐 버리는 타입이었던 엄마는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악마가 들린 것처럼 변하곤 했다.
- P18
언니는 한쪽을 떠올리면 한쪽을 잃는다고, 그래서 결국 둘 다 잃는 것 같다고 했지. 난 그 반대야. 한 쪽이 있음으로써 다른 한쪽에게 없는 걸 다시금 떠올릴 수 있고 그래서 난 둘 다 온전히 갖게 되는 것 같다.- P42
우리가 서로 다른 인간이기 때문에. 끝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이유도 사실 그 때문 이었는걸. 이상하게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고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P54
세상에는 나쁜 이상함, 유해한 이상함이 있고 좀 바보 같지만 무해한 이상함이 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함, 그건 아무래도 잘못은 아니다. 이런 순간이라도 있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간담, 이 풍진 세상을.- P66
더없이 좋은 날씨 쏟아지는 빛 아래 서서 나는 생각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바다, 그래 바다를 생각하자. 지금 해변은 반짝반짝 아름다울 것 이다. 모래는 따뜻하게 데워져 있을 테고 그 위로 파도가 부서지고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그런 풍경, 그곳에 있는 모두는 행복해겠지.- P134
아는지 모르겠지만 지구도, 아니 다른 나라는 모르겠고 아무튼 한국도 사정이 비슷해요. 땅덩어리 좁고, 돈 없고. 근데 그렇다고 해서 도움 안 되는 사람들을 다 죽이진 않아요. 뭐 무시하고 괴롭히고 그러긴 하지만 그래도 죽여야겠단 생각은 아무도 안 한다고요. 그럼 뭐, 돈 많고 똑똑한 사람들만 살아남게?- P216
슬퍼할 게 아니라 나가서 싸우든지 따지든지 해야죠. 난 거기에 응했다는 게 더 이상하네. 밟는다고 밟혀요? 꿈틀이라도 해야지.- P217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