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님, 왜 그 녀석을 그렇게 감싸 주시는 겁니까? 규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질 않나, 동료를 깔보질 않나, 관장님이 계실 때만 일을 쉬질 않나... 벌써 잘렸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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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코코 샤넬과 달라요. 나는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가 아니거든. 창업자의 잔재가 너무 많이 남으면 후계자가 힘들어질 뿐이죠.- P149
마음속에서 묻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묵살하고 다시 수화기를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응답한 경찰관의 목소리가 즉시 그쪽으로 형사를 출동시키겠다고 알렸다. 나중에 나는 이때의 결단을 진심으로 후회하게 된다.- P225
절망과 공포와 후회가 마음속에 휘몰아쳤다. 범인은 경찰이 개입한 걸 눈치채고 시한폭탄 해제를 포기한 것이다. 대체 어느 시점에서 눈치챈 걸까? 범인과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는 분명 몰랐다. 그렇다면 거래 현장 감시반이 보관고를 감시하기 시작한 이후가 분명했다. 범인은 감시하는 형사들을 알아본 것이다. 경찰이 엄청난 실책을 저질렀다.- P257
미친 듯이 날뛰는 슬픔 속에서 마침내 진정한 증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분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에쓰오를 죽인 범인을 증오했다. 실책을 저지른 경찰을 증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인의 경고를 무시한 나 자신을 증오했다.- P264
사람은 누구나 대체할 수 없이 소중한 존재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바로 그런 존재다.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 그건 연인일 테고, 음악가에게 그건 음악일지도 모른다. 내게 그런 존재는 에쓰오와 사키코였다. 두사람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됐을 때, 내게 세상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P303
창밖에 펼쳐진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 무럽이 되면 점점 불안해졌다. 귀가하기가 두려웠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으로 돌아가기가 무서웠다. 나는 매일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직원들이 한 명 한 명 인사하고 퇴근하는 모습을 본체만체하며, 오로지 일에 몰두했다.- 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