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부와 명예 둘 다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오디세우스께서 돌아가셨으니 나는 내 집에서 우두머리가 될 것이며, 오디세우스께서 자식인 내게 남겨주신 하인들을 다스릴 것입니다.- P33
그들은 정말 어리석고 분별력 없고 정의감마저 잃어, 죽음을 전혀 분간하지 못하고 있소. 죽음이 그들 코앞에 닥쳤고 하루 안에 모두 죽임을 당할 것도 모르고 있으니까. 어쨌든 그대가 열심히 바라는 여정은 더 이상 방해받지 않을 것이오. 내가 부친의 친구로 그대 곁에 있으니까. - P44
아우여, 어디서 오셨는가? 아마도 서로 먼 곳에서 살아 이제야 마주 보는 거겠죠. 이런 상황에서도 정녕 슬퍼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오? 나는 사자와 같은 남편을 잃었고, 그것도 모자라 사랑하는 아들을 멀리 타국으로 보냈소. 그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오. 혹시 타국에서 무슨 변고라도 당하지 않았나 떨리고 두렵다오. 게다가 저 간악한 구혼자들이 흉계를 꾸며, 그가 고국에 돌아오면 죽이려고 하니 말이오.- P95
사실 아름다운 여신 칼립소는 나를 동굴 속에 가둔 후 나와 함께 살고 싶어 했습니다. 아이아이아 섬의 간악한 키르케도 나를 남편으로 삼아 자기 집에 가둬두려고 했지만, 모두 내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리 호 화로운 집에서 살아도 고국의 산천, 부모 형제보다는 못했습니다.- P155
위대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여, 이 모든 것이 신께서 제게 주시는 운인가 봅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숨김없이 알려주소서. 조금 전 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혼을 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무 말 없이 앉으셔서 자 식의 얼굴을 보려고도, 말을 걸려고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떡해야 저를 다시 알아보실 수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P188
오디세우스여, 내가 죽었다고 위로의 말을 하지는 마시오. 인간 세계를 떠나온 고인들의 왕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거지로 인간 세상에서 살고 싶소. 이제 그런 말은 하지 말고, 소중한 내 아들과 아버님이신 고귀한 펠레우스의 소식을 전해주오. 그리고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시는지 궁금하오. 한때 나는 트로이아 최강의 적장 헥토르를 베어 그리스군을 구한 적이 있소. 아! 그때처럼 한 시간 동안만이라도 아버님 댁으로 돌아갈수 있다면, 아버님을 경멸하는 무리를 혼내 줄 텐데.- P199
분별력 없는 분이여, 아직도 전쟁과 복수에 관심 있으세요? 설마 불사의 신들에게까지 순종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겠죠? 그녀는 속세의 인간이 아니라 무시무시하고 감히 싸워볼 수도 없는 불사의 신이니, 도망가는 게 최선이에요.- P208
넓은 땅을 뒤흔드는 신이여, 지금 무슨 말을 하는가? 다른 신들이 그대를 절대로 업신여기지 않을 걸세. 더욱이 나이도 많고 성품도 올바른 그대에게 무례한 짓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네. 그러나 인간들 중 누군가가 완력 이나 권력만 믿고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보복하는 일은 그대에거 허락하겠네. 그대가 바라듯이 그대 마음에 맞도록 하는 게 좋을 걸세.- P223
지금부터 마음을 굳게 먹으시오. 그대에게는 아직 수많은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무에게도 그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리지 마시오. 오직 침묵으로 고통을 참고, 모든 사람의 멸시를 감수하시오.- P227
아, 노인이여 내게 위로의 말을 하지 마시오. 그런다고 내가 당신을 존경하거나 사랑하진 않을테니. 다만 나는 나그네의 신이신 제우스를 경외하고 당신이 너무 불쌍해 도와주는 것뿐이오.- P240
노인이여, 당신을 내 집에 손님으로 대접하고 당신의 목숨을 다시 빼앗는 것이 영예와 행복을 영원히 누리는 길이라면 내 그렇게 하리다. - P241
나는 결코 신이 아니란다. 어째서 나를 신에 비유하는가? 그런 게 아니라 바로 네 아버지다. 나 때문에 네가 탄식하며 죽도록 찾아 헤매던 그 아버지다. 뭇 인간들에게 난폭한 짓을 당하며 살아온 네 아버지다.- P265
내가 너무 고민한 나머지 그만 잠이 들고 말았어. 이처럼 달콤한 죽음을 지금 당장 성스러운 아르테미스께서 내게 주신다면 고마울 텐데. 그리운 오디세우스님의 뛰어난 덕망을 연모하면서 더 이상 슬퍼하고 한탄하고 마음 썩이지 않도록 말이야. 그분은 아카이아 용사들 중에서도 정말 가장 뛰어난 분이었어.- P299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손님이 맞지 않았소. 혹시라도 손님이 맞았더라면 내 날카로운 창으로 그대의 가슴을 공격해. 결혼 잔칫날 그대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식을 준비해야 했을 것이오. 그러니 누구든 이 성에서 꼴사나운 행동은 삼가시오. 나도 이전에는 어린애였지만 이제는 흑백을 가릴 만큼 컸소. 나는 그대들의 행동을 보고도 지금까지 참아왔소. 자,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마시오. 그대가 칼을 뽑아 나를 죽이겠다면 기꺼이 받겠소. 그런 지겨운 짓을 더 이상 못 보겠으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이오.- P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