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기 있는 것들을 대표한다고 늘 말을 하잖아. 가진 건 많지 않을지 몰라도 이웃이 있다고. 규칙이 있다고. 서로를 보살펴 준다고.- P112
두려움이 작지는 않다. 돌연 두려움만 느껴진다. 존재감이 온몸을 장악한다. 바로 옆 인도에 서 있는 다른 사람만큼이나 현실적이고실질적이다. 이 문을 통과했던 사람들은 다시 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건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니다. 세계의 경계다.- P126
애들은 떠나. 그게 애들이야. 하지만 이웃은 영원하다는 걸 명심하라고 충고해 주고 싶어. 네가 아프면 집 앞의 눈을 대신 치워 주고, 집을 기웃거리는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알려 주는 건 이웃이야. 그런 거라고.- P132
전 아무것도 몰랐죠. 그들이 쓰는 언어도 몰랐고, 믿는 신도, 어떤 관습이 있는지도,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도 알지 못했어요. 전 그저 총을 쥔 스물두 살짜리였을 뿐이었어요.- P188
속이 울렁거린다. 그녀는 묻고 싶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없는 거야? 우리 스스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없어?- P216
아이를 해치는 사람을 죽이겠다고 말하기는 얼마나 쉬운지. 하지만 법이라는 게 있죠. 그리고 양심도. 누군가를 죽이면 당신은 감옥에 가고, 아이는 당신 없이 자라겠죠.- P245
내 인생은 딸이었어요. 그 인간들이 아이를 앗아 갈 때 내 인생도 같이 뺏어 간 거죠. 더 이상 난 사람이 아니에요.
- P352
상실감과 비통함이 넘치도록 느껴지지만, 그뿐만 아니라 뭐라 구체적으로 말하거나 완벽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죄책감도 찾아든다. 그러나 죄는 죄다. 의식을 잃을 것 같아 두렵다. 어째서인지 공기가 너무 희박한 동시에 너무 짙은 느낌이 든다. 그녀는 앞 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잡고 현기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자신을 진정시킨다.- P368
그녀는 지금 맨 뒷자리에서조차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눈 속의 절망에 충격을 받는다. 희망이 없는 자의 절망이 아니다. 버림받은 자의 절망이다. 전자는 약한 것이지만 후자는 칼날이다. 그만두는 사람은 희생자가 되지만 버림받는 사람은 복수심을 기른다.- P370
우리는 물건이 아니에요. 사람이죠. 가장 나쁜 사람도 안에 좋은 점을 가지고 있고, 가장 훌륭한 사람도 마음속에 빌어먹게도 순수한 악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우린 싸우죠. 그게 최선이에요.- P401
어때? 너도 나한테 영혼의 분노가 느껴져? 넌 내 아이를 빼앗아 갔어. 내 아이를 앗아 갔다고. 그리고 그 애가 품고 있던 아기도. 넌 그 애를 이용했어. 더 살 수도 있었던 그 애의 삶을 갉아 먹고 갈비뼈 아래로 심장을 찔러? 그러고도 네가 인간이야?- P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