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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양뽀야님의 서재

실패한 삶에 대한 회한과 자신을 팽개친 세상에 대한 분노가 사라진 선연한 아름다움을 나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죽음으로써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았다. 엄마의 죽음이 아름다움 때문인지 죽음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완성했는지 알고 싶었다.- P16
폭력은 치유되지 않는다. 멍과 상처는 아물고 부러진 뼈는 다시 붙어도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평생을 간다. 수많은 폭력 가해자를 추적했지만 폭력을 중단시킬 힘도 상처를 치유할 능력도 없다는 무력감이 엄습한다. - P29
그녀의 죽음이 진실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엄마의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모든 사람이 사실을 알고 의심하지 않을 때 그녀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진실이 될 것이다.- P43
우울은 인간을 산 채로 죽이는 흉기였다. 심장이 뛰고 호흡을 하고 장기가 작동해도 죽음과 다름없는 삶. 감정을 상실하고 기억과 다정함을 잃은 껍데기뿐인 삶.- P90
요한은 비로소 깨달았다. 행복이라 하기에도 하찮은 일상이 삶을 얼마나 소중하게 만드는지를. 부모로부터 받았어야 마땅한 공감과 칭찬, 사랑의 결핍이 그의 삶을 얼마나 은밀히 갉아먹었는지를.

P.95 중에서 - P95
남편 없는 여자와 아내 없는 남자, 그리고 어린 아들 사람들이 무슨 말로 수군거리든 그들은 보통의 가족처럼 서로를 챙겼다. 각자가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늘 불행한 건 아니었다. 지금껏 견뎌온 고통으로도 그 정도의 행복을 누릴 자격은 충분했다.

- P132
자식의 미래를 판돈으로 걸고 경마처럼 몰아대는 부모는 12학군에 흔했다. 몇몇 교육 전문가도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부모의 노력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식을 위한다는 이유로 행하는 강압을 사랑의 특별한 형태라고 할 수 있을까?- P180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의 삶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빙자한 폭력이고 범죄다. 방치와 유기. 주먹질만 폭력이 아니다. 한마디 말로도 때릴 수 있고 단 한 번의 눈길로도, 침묵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 P180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사악해서가 아니라 연약하기 때문이에요. 폭력에 탐닉하거나 타인을 증오하거나 파괴적이어서가 아니라 남에게 속기 쉽고 유혹을 이기기 어렵고 쉽게 두려워하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요. 연약함이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거예요.- P218
예전엔 사람들이 부끄러움이라는 걸 알았어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던 시절도 있었고요. 요즘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는 행위를 부끄러워하죠. 자신의 삶에 당당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건 당당함이 아니라 뻔뻔함 아닐까요?- P246
지금은 모든 것이 좋다. 음악도 빛도 가슴에 차오르는 거친 숨소리도. 오늘만큼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할 만큼만 속도를 내고 만족할 정도로만 달릴 것이다. 계획도 걱정도 없이 내일의 자신에게 모든 걸 떠넘긴 채.- P275
아빠가 떠나고 둘만 남았을 때 우리는 좁은 침대에 모로 누워 서로의 마른 몸을 안았다. 엄마의 깡마른 몸에 불거진 뼈마디가 가슴에 배겼다. 나는 울지 않았다. 아빠의 부재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고 슬픔을 이해하지도 못했으니까. 단지 엄마와 꼭 껴안고 잠드는 것이 좋았다. 다음 날 잠에서 깨면 엄마의 머리가 닿았던 베게는 차갑게 젖어 있었다.- P280
삶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짝이었고 언제 벗어버려도 이상할 건 없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라면 내려놓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 나의 내부에서는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때로는 엄마가 나로 인해 죽었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엄마를 죽였다는 생각도 든다.- P281
나는 부자를 꿈꾸지도 유명해지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의 속도로 내 삶의 궤도를 따라 어지럽지 않을 정도로 돈다.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천천히 달리는 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자유다. 행복에 필요한 만큼만의 노력. 그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지금처럼 평범한 삶을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런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더 나아지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제자리를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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