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원하는 부부들은 저마다 대를 이을 아이가 필요하다든가, 남편의 우수한 유전자를 남겨야 한다든가 하는 사정이 있겠지만 가장 말로 표현하기 힘든 건 그 결핍일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갖췄는데, 자신들에게 없는 건 딱 하나 자식이다, 어떻게든 그 구멍을 막고 싶다 하면서 기를 쓰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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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없이 사는 부부는 많다. 아이를 원했지만 갖지 못한 부부가 있는가 하면, 굳이 만들지 않은 부부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대로 자식이 있는 부부보다 서로 살갑게 도와가며 잘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혼자서 살아가기란 필시 외롭고 허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지 않을까.- P63
그런 추상론은 집어지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애 혼자 어떻게 커?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도 엄청 많아. 부모가 아이를 자기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아이는 원래 사회 전체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이상적인 얘기고 실제론 불가능하니까 부모가 어떤 사람이든 부모가 키울 수밖에 없는 거라고. 공산주의도 아니고.- P319
이상하게 사랑스러워요. 무섭기도 한데.... 제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에 취해있는 것 같아요. 마치 제가 엄청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P392
자신이 없었다. 낳기 전에는 아이가 너무 예쁘면 데리고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태어난 아이를 보니 특별히 사랑스럽지도 않았다. 모성 같은 건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데리고 도망쳤다간 오히려 서로 불행해질 거라고 냉정하게 결론 내렸다.- P448
너무도 작고 무방비한 아기는 지켜야 할 존재라는 감각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강제로 불러낸다.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모성이라고 부르는 걸까. 그 단어가 왠지 꺼림칙해 리키는 그 증거가 될만한 감정마저 밀어내려 했지만, 이미 그것은 리키 안에서도 분명히 자라고 있었다. 이성과 감정의 균형이 아기라는 존재 앞에서 서서히 무너져 갔다.- P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