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한지 네 시간쯤 지나서야 나는 무척 재미있는 사건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수레의 어딘가가 고장나서 수리하려고 잠시 멈춘 사이, 젊은이 두세 명이 잠들어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싶은 호기심에 수레 위로 기어올라와 조용히 내 얼굴 쪽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경비대 장교였던 한 녀석이 자신의 뾰족한 단검 끝을 내 왼쪽 콧구멍 깊숙이 집어넣었는데, 그게 지푸라기처럼 내 코를 간지럽혀서 세차게 재채기를 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P.37 중에서 - P37
황제 폐하는 다음에 기회를 봐서 내가 나머지 적선들도 포획해 오기를 바랐다. 군주들의 야심이란 그처럼 끝이 없는 것이다. 이 황제 또한 블레퓌스크 제국을 제압하여 자신의 영토로 만드는 일, 계란의 넓적한 쪽을 깨먹자고 주장하다가 추방당한 자들을 전멸시키고 모두에게 뾰족한 쪽만을 깨먹게 강요하는 일,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자신이 전세계의 유일한 군주가 되는 일만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P. 88 중에서 - P88
정부란 인류에게 꼭 필요한 조직이기 때문에, 평균 정도의 이해력만 있으면 어떤 사람이든 어떤 자리에 갖다 놔도 다 맞게 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코 신께서 공적인 업무를 극소수의 천재들만 이해할 수 있는 비밀로 만들었을리가 없다고 믿었다.
P.99 중에서
- P99
부모와 자녀의 의무에 대해서도 그들은 우리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 종족을 번식시키고 종속시키기 위한 자연의 법칙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릴리핏인들은 다음과 같이 고집스럽게 주장하였다. "남성과 여성도 다른 동물들처럼 욕정에 의하여 결합을 한다. 따라서 그들이 자식에게 갖는 사랑이란 동물들과 같이 자연의 원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낳아 주었다는 이유 때문에 자식이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없다. 그들은 오히려, 세상에 태어난 것은 불행한 인간의 삶을 고려해볼 때, 그 사체로 축복은 아니며 부모의 본래 의도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교합을 이룰 당시의 부모들의 생각이란 다른 일에 몰두해 있었다는 것이다.
P.101 중에서 - P101
나는 무릎을 꿇고 왕비의 발에 입맞추는 영광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자애로운 이 왕비 마마는 나를 탁자 위에 올린 뒤 그녀의 작은 손가락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 손가락을 양팔로 껴안은 뒤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며 입술을 갖다 대었다.
P.174 중에서 - P174
한 명은 나를 아직 태아 상태의 인간이거나 기형아로 출산된 인간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학자가 반박했다. 그렇게 보기에는 내 사지의 모습이 너무 완벽하게 완성된 상태라는 것이다. 또 내 수염으로 볼 때도 내 나이가 제법 됐음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그들은 확대경을 통하여 내 수염들을 분명히 확인했다.
P.180 중에서 - P180
국왕 주변의 신하들이 국왕에게 지니고 있는 존경심조차도 그들의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일은 자신과 모든 면에서 평등하지 않고 비교가 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명예를 지키려고 발버둥친다는 것이 얼마나 헛된 시도인지 내게 사색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나는 고국에 다시 돌아온 뒤에도 내가 실제 행동으로부터 직접 배운 이 교훈을 자주 떠올렸다. 특히 타고난 지위와 신분, 위트나 상식도 없는, 경멸의 대상이 될 만한 하잖은 시종 녀석이 마치 자신이 고위 인사인 양 거들먹거리면서 주요 고관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P.217 중에서 - P217
점잖은 독자들이여, 내가 그때 내 사랑하는 조국을 그 가치와 행복에 걸맞은 모습으로 찬양하고 싶어서 데모스테네스나 키케로와 같은 명연설가의 언변을 얼마나 갈망했었는지 상상해보시라!
P.224 중에서 - P224
존경과 사랑과 숭배를 자아내는 모든 자질과, 강력한 재능과, 큰 지혜와, 심오한 학식을 지녔으며, 존경할 만한 통치 기술을 가졌고, 거의 모든 백성들로부터 숭배를 받는 군주가, 우리 유럽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편협하고 불필요한 망설임 때문에 모든 백성들의 생명과 자유를 지킬 수 있고 자신 을 막대한 재산의 주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놓쳐 버릴 수가 있는가!
P.238 중에서 - P238
생명에 대한 자연스러운 애착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나는 충동적인 환희로 나를 몰고 갔다. 나는 이번 일이 어떤식으로든 이 황량한 섬과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나를 구출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P.276 중에서 - P276
이곳 사람들의 부인과 딸들은 자신들이 이 섬에만 제한되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슬퍼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같았다. 그들은 이곳에서 가장 풍족하고 화려하게 살고 있었고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 구경을 갈망했고, 지상의 나라 수도에서 즐기는 오락들을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왕의 특별한 허락을 없이는 허용되지 않았으며 이 허락을 얻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성들이 한번 지상으로 내려가면 다시 돌아오도록 설득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곳 고위 인사들은 빈번한 경험에 의하여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292 중에서 - P292
이곳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그는 나를 자신의 마차에 태워 시내를 구경시켜 주었다. 그 도시는 런던의 절반만 한 크기였다. 그러나 집들이 아주 이상하게 지어져 있었고 대부분은 수리가 안 되어 낡은 상태였다. 거리의 행인들은 빨리 걸어다녔고 난폭한 표정들이었으며, 시선은 한 군데에 고정되어 있었고 대부분 누더기 옷들을 걸치고 있었다.
P.309 중에서 - P309
단어들이란 사물들의 명칭에 불과하니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이야기할 특정 업무와 관련된 사물들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말을 하는 것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발한 묘안은 만약 여자들과 평민들, 문맹자들이 연대하여 자신들에게 조상들이 하던 대로 혀를 사용하여 말할 자유를 주지 않으면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백성들의 평안과 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평민들이란 그처럼 항상 화해가 불가능한 학문의 적들인 것이다.
P.326 중에서 - P326
나는 이 국왕 폐하에 대한 완벽한 존경심으로 이 나라에서 석달 간을 머물렀다. 그는 내게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호의를 베풀어 주었으며, 영광스러운 과분한 제의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나는 내 나머지 생애를 아내와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더욱 분별 있고 올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P.363 중에서 - P363
그들은 고집이 세고, 성미가 까다롭고, 탐욕스럽고, 퉁명스럽고 , 허황되고, 말이 많습니다. 또 친구도 못 사귀고, 모든 자연스 러운 사랑의 감정을 갖지 못합니다. 그들의 사랑의 감정은 손자 세대 이하로는 결코 내려가지 않습니다. 질투심과 무기력한 욕망이 그들의 주도적인 감정입니다. 그러나 그 질투의 주요 대상은 젊은이들의 부도덕과 일반 노인들의 죽음입니다. 젊은이들의 부도덕한 삶을 곰곰이 바라보면서, 자신들에게서 모든 쾌락의 가능성이 차단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을 볼 때마다 그들은 망자들이 자신들은 도저히 도달하리라고 희망할 수 없는 안식처로 돌아갔다고 애도하며 불평합니다.
P.374 중에서 - P374
두 말들은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매우 주의 깊게 경청하듯 침묵을 지키고 서 있었다. 내 말이 다 끝나자 그들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듯이 서로를 향해 여러 차례 울음소리를 냈다. 나는 그들의 언어가 감정을 이주 잘 표현해 내고 있음을 분명히 감지했다. 그리고 그들이 구사하는 단어들은 중국 문자보다도 더 쉽게,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알파벳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P.398 중에서 - P398
정말이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구하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그 나라에서 굶어 죽겠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 더러운 야후들에 대해 말한다면, 비록 그 당시 나보다 더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들처럼 모든 면에서 혐오스럽고 미묘한 존재를 본 적도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 나라에 머무는 동안 그들에게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들은 더욱 혐오스러워졌다.
P.405 중에서 - P405
나약하고 병든 육체, 초췌한 용모, 누르스름한 안색이 귀족 혈통의 진정한 특징들입니다. 건강하고 튼튼한 외모는 지체 높은 집안의 남자에게는 너무나도 불명예스러운 모습이며, 세상 사람들은 그의 진짜 아버지가 마구간지기나 마부일 거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 그의 불완전한 정신 능력들도 그의 불완전한 육체와 함께합니다. 그는 우울하고, 어리석고, 무식하고, 변덕스럽고 호색적이고, 오만한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P.452 중에서 - P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