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사무엘님의 서재
  •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 갑니다
  • 최지현
  • 12,600원 (10%700)
  • 2020-03-27
  • : 231

 

어릴 적부터 스킨케어에 대한 나의 호기심과 흥미는 늘 자연스레 많은 제품들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성인이 돼서 경제적 능력이 점점 더 올라감에 따라 나는 각종 브랜드별로 점점 더 많은 화장품들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화장품 개수가 늘어날수록 내 지갑은 얇아져갔다. 물론 진짜로 비싼 화장품들은 여전히 나에게는 요원한 미래였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얻기 위해서라도 더욱 돈을 잘 벌고 잘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까지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최지현님이 한국어로 번역한 폴라 비가운 여사의 책을 읽게 된 나는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화장품은 비싸면 비쌀수록 당연히 좋을 거라는 화장품 회사 마케팅의 미끼에 걸려있던 대학시절의 내 모습. 고가의 명품 화장품으로 호사를 누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던 그런 나에게 화장품의 효능은 가격과 비례하지 않는다며, 성분표를 보라고 독려하던 사람, 아니 미용 전문가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일부 피부과 의사들까지도 화려한 잡지 속 고가의 명품 화장품을 홍보하는 모습을 비일비재하고 보아온 나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화장품 마케팅에 좌지우지되던 나에게 예고 없이 그렇게 다가와서는 나의 세계의 한 면을 완전히 뒤흔들고 말았다. 그 이후로 나는 화장품을 사기 전 전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모르는 성분은 구글링을 통해 체크한 뒤 수집된 정보를 조합해 화장품 쇼핑 리스트를 결정짓곤 했다.

 

최지현님이 번역한 그 한 권의 책은 영미 등 구라파에 이어 한국에서까지 엄청나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식약청이 화장품 전성분제를 도입하게 하는 데 있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 정말이지 하나의 센세이션이자, 시대의 한 획을 그어준 획기적인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도 그 책은 내 서가 한 곳에 꽂혀있다.

 

그 이후 나는 최지현님의 저술 및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분이 쓴 여러 권의 서적을 대학 시절부터 자비로 구입해 여러번 읽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곤 했다. 그 분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종종 방문해 다양한 포스팅들을 읽으며 공감 표시를 클릭하곤 했었다. 각설하고 굉장한 그 분의 팬이었던 나는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그분의 책이 있다는 소식에 반색하며 당장 인터넷 서점으로 달려가 책의 목차 및 미리보기를 통해 책의 전체적인 아웃라인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단언컨대 지금 내 서가에 꽂혀있는 수십권의 많고 많은 뷰티 서적들 중 이 책은 독보적이다. 보통 다른 수많은 뷰티 관련 서적들은 개인의 뷰티 루틴을 공개하며 자신이 애용하는 제품들을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올려놓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예쁜 사진들과 어우러진 글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아쉽게도 당장은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눈요기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사실상 뭔가 전문적인 지식이 곁들어졌다고 느끼는 찰나 협찬 여부가 궁금해지는 고가의 명품 화장품들이 덩그러니 책 페이지에 장식돼 있는 걸 보게 된다.

 

반복되는 이러한 ‘고도의 전술’에 지치고만 나는 점점 뷰티 서적에 거리를 두게 되었다. 특히 연예인들이 쓴 뷰티 서적의 경우에는 더욱 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이 책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옹골차게도 다루어준다. 화장품 쇼핑에서 실패할 수 없는, 카더라 후기나 주관적인 잣대가 아닌 객관적 과학을 바탕으로 한 정보만을 엄선해 독자에게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신선하다.

 

아무리 경제 불황이라지만 늘 홈쇼핑에서 유명 쇼핑 호스트들이 판매하는 화장품들은 연중무휴로 불티나게 팔리며 매진을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 안티에이징 때문에 희망고문을 수없이 당하며 지갑을 털리는 많은 억울한 이들에게는 큰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낼 책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안티에이징으로부터 자외선 차단제와 토너, 클렌저, 미백, 안테이징, 흉터회복 등에 도움을 주는 약국 연고에 이르기까지 알토란 같은 정보들을 이 책은 고스란히 참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서도 말하듯이 홈쇼핑 및 오프라인 드럭스토어 및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파라벤과 미네랄 오일, 탈크 등 일련의 ‘무시무시한 위험 성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해 어플에서도 착한 화장품과 나쁜 화장품을 가려내는 필터링이 있고 뉴스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로 인해 산호초가 죽어가고 있으며 나노 성분의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에 침투해 무서운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처음에 CNN에서 그 뉴스를 접하고 얼마나 놀랐던지 하와이 등에 갈 때는 자외선 차단제도 함부로 못 쓰겠구나, 걱정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훗날 CNN이라 하더라도 늘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지만......

 

이 책은 그런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신빙성 있는 과학적 데이터 및 연구 결과를 통해 하나 하나 요목조목 반박하며 독자에게 새로운 생각의 지평을 열어준다.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화장품의 향과 색소가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온 나의 신념은 크게 흔들렸고 앞으로는 책에서 지적한 대로 나의 감성 및 취향에 따라 더욱 화장품 쇼핑의 폭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무향에다 자극 성분이라 여겼던 것들까지 모두 뺐다는 제품들을 어렵사리 배송비를 내가며 해외에서 구매해온 나였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네 쇼핑사의 지난날 궤적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되돌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그토록 성분표로만 봤을 때는 엄지척 열 두 번을 해도 모자랄 제품들이었지만 막상 써보면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본인 및 집안 식구들까지도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거나 사용감이 너무 무거운 탓에 피부가 끈적거리며 불쾌감이 느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와 같은 ‘전성분 신봉자’이거나 혹은 고가의 유명 브랜드 라벨이나 마케팅 광고를 중시하는 사람들 모두 이 책으로부터 얻을 교훈은 결코 가볍지 않다.

 

피부 관리 및 스킨케어에 관심이 많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일독 이상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모처럼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책을 만나 코로나 때문에 지친 마음이 위안을 얻게 되었다. 앞으로 더욱 간소하면서도 편리해질 화장품 쇼핑과 아껴 모으게 될 돈을 생각할 때 더욱 더 그러하다.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더 많이 사 먹고 저축하며 진정한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해 볼까, 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