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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추억을 담은 나의 어린 시절...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쓴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한다. 주인공 토토는 보통아이와는 정말 다른 아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나름대로의 삶을 이해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퇴학을 당한다. 어머니는 퇴학당한 사실초자 토토에게 비밀로 하고, 늘 그녀를 믿는다.

전학 간 ‘도모에 학원’은 그야말로 토토의 삶을 펼칠 수 있는 장이었다. 수업은 일반적인 강의 형식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부터 공부하였고, 농부 아저씨가 와서 수업을 하는 등 살아 있는 교육이었다. 또한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진정한 선생님이셨다. 토토는 그 학교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좋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감탄을 하였다. 이렇게 자식을 이해해주는 부모가 있을까? 이렇게 어린이들을 이해해 주는 선생님이 있을까? 과연 나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토토가 지갑을 찾기 위해 분뇨를 퍼내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꾸지람을 하시기는커녕 다시 원래대로 해 놓으라고만 하시고는 지켜만 보신다.

“토토는 지갑을 찾지 못했어도 만족스러웠다. 제 힘으로 이렇게까지 찾아보았으니까. 실은 그 만족스러움 속에는 ‘교장선생님이 자기가 한 행동을 야단치기는커녕 신뢰를 주었으며, 또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 주었다’는 충족감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당시의 토토로서는 그렇게 어려운 내용을 아직 알 수는 없었다.”(p.58)

또한 교장선생님은 키가 유난히 작고 장애가 있어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특별한 운동회를 개최하여 1등 하게도 하시고, 모든 아이들이 평등함을 강조하시려고 수영시간에 옷을 다 벗고 하게 하신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뢰와 자신감을 주시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토토에게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넌 정말 착한 아이란다.” 이 말은 토토에게 많은 희망을 주었고, 토토가 아름답게 자라나게 했다.

이런 평화로운 학교에 큰 일이 닥친다.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도모에 학교는 불바다가 된다. 자신이 힘들게 세운 학교이자, 정성들여 가르친 학교가 불에 타는 모습을 보며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아들에게 미소를 띠우며 말한다. “얘야, 이번에는 무슨 학교를 만들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씀이 찡 했다. 아까워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전쟁을 원망해도 시원치 않은데, 웃으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저자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순간 도모에(아들)는 제 귀를 의심하며 고바야시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랬다. 아이들에 대한 고바야시 선생님의 애정이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지금 학교에 휩싸이고 있는 저 불길보다 훨씬 강했고 뜨거웠던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여전히 건강했다….”(p.229)

그렇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자신의 것은 다 포기하고 진정으로 선생의 길을 걸어 간 사람이라면 이 말이 쉽게 나왔으리라. 세상은 많이 변했다. 아이들은 기계적인 틀에 갇혀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며 자라간다. 지금 이 세상에 이 글의 교장선생님 같은 분들이 한두 명씩만 계속 존재하신다면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하지만 도모에 학원 같은 학교는 이제 더 이상 인기를 얻지 못한다. 남들과 어울려 사는 것보다, 남보다 앞서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모두들 도모에 학원의 교육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학교에 우리 집 옆에 생겼다고 하자. 당신은 당신의 자녀를 그 학교에 과연 보낼 수 있을 것인가? 더 이상 소설의 환상에서 헤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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