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신화를 찾아서...
장재호 2002/09/28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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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봤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 신화를 대하며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말도 안 되는 허구의 이야기라며 쓸데없는 것으로 몰아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화가 우리의 삶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인정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예전에 읽고 가물가물했던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기억을 정리할 겸해서 읽었다. 단지 이야기의 기억, 정리가 목적이었는데, 신화를 보는 새로운 지평에 한 발짝 나아가 있음을 느꼈다.
이윤기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려고 한다. 저자는 그것을 “상상력”이라고 표현했다. 처음에 신화를 소개하는 것은 저자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을 가지고 엮어 나가는 것은 독자들의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많은 그리스로마 신화 가운데서 신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묶어서 독자들이 신화에 접근하기 쉽도록 하였다. 시대 순으로 이야기를 소개하여 신화를 알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이야기를 묶어 신화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하려는 것이다. 또한 책에는 많은 사진, 그림, 조각상들이 있고 전부 칼라 페이지라서 읽은 데에 대한 지루함을 없애준다.
이윤기는 신화의 이해를 돕게 위해 12개의 열쇠를 제공해 준다. 잃어버린 신발이 의미하는 것을 그리스 로마 신화와 동양의 이야기(신데렐라), 성서의 모세의 이야기 등을 같이 묶어 설명한다. 또한 홍수 신화에 대한 부분에서도 성서의 노아 방주 사건과 세계 곳곳의 홍수 신화를 설명하며 그것이 주는 의미를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세계 창조에 대한 신화들, 저승에 대한 신화들을 통하여 그 당시 사람들이 주요 관심사도 짐작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저자는 신화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해석 방식으로 해석하며 독자를 향해 신화의 맛을 보라며 손짓하고 있다. 또한 신화를 이해하는 열쇠를 통해 독자를 신화 속으로 몰아간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신화는 단지 과거에 지어낸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있는 진리”라는 것이다. 이를 말하기 위해서 저자는 각 단원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나열하며 답을 제시하지 않고 물음만 던지며 마무리 짓는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신화가 현재 삶의 진리이자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임을 “스스로” 깨달으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가끔씩 깜짝 놀라곤 한다. 내가 알고 있었던 말이 이 곳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에 감탄하기도 하고(대부분의 영어 단어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 저자의 놀라운 글 솜씨와 질문들 앞에 스스로 답을 찾으며 신기해하곤 한다.
저자는 신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시대와 아득한 선사시대,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미지의 시대 사이에 신화가 있다는 사실이다. 신화는 어쩌면 ‘우리가 읽어버린 신발 한 짝’인지도 모른다.”
신화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으나 그것이 주는 진정한 진리를 깨닫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많은 무지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신화가 이끌어 가는 나의 삶을 붙잡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나의 잃어버린 한 짝의 신발을 찾기 위하여 말이다. 이런 나의 노력에 저자가 응원을 보낸다.
“독자는 신화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라. 처음에는 필자가 짐받이를 잡고 따라갔다. 뒤를 돌아다보지 말고 그냥 달리기 바란다. 필자는 짐받이를 놓은 지로다. 독자는 혼자서 이미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후미 中 일부)
먼 길을 달려왔다는 저자의 말에 힘입어 내 상상의 날개를 더욱 더 펼쳐 볼 것이다.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가 아니라 바로 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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