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의 4번째 인권 만화 <호시탐탐 : 숨은 차별을 발견하는 일곱가지 시선>은 우리가 삶 속에서 마주하는, 또 앞으로 마주할 다양한 현실의 구덩이를 따갑게 지적하는 책이다.
학습 만화를 즐겨 읽는 편도 아닐 뿐더러 인권과 관련된 책은 스스로 찾아 읽은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인권 만화라는 하나의 장르가 내게는 낯설게 느껴졌는데 그 어떤 책보다, 그 어떤 만화보다 가장 내 마음을 아프게 찌르면서도 가장 부드럽게 마음을 쓰다듬어주었다.
이 책에서는 노동자, 성소수자, 다문화가정, 지역소멸, 기후위기 등 총 7개의 만화에서 각각 다른 분야, 다양한 시점으로 인권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이야기한다. 가장 인상적으로 본 만화는 김보통 작가님의 <최후의 보호막>이다.
<최후의 보호막>은 인간답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외친다. 어두컴컴하고 퀘퀘한 땅 속 채석장에서 '에테르'를 캐는 노동자은 모두 왕년에 날리던 파이터였고, 흑룡도 토벌했던 성기사였고, 신대륙 탐사도 다녀왔던 특수부대였다. 자꾸만 발생하는 산업재해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나몰라라 한다. 주인공 해경은 안전하게, 사람답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애원한다.
에테르를 캐는 용사들은 만화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소스 배합기를 관리하던 20대의 A씨도,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17살의 M군도, 평화라는 이름 뒤에 감춰져 먼지 속에서 일하던 어린 시다들도, 근로기준법전과 함께 불탄 22살의 청년 전태일도. 그 모든 사람들이 우리 일상의 저 편에 위치한 용사들이다.
"여러분! 내 옆의 동료가 죽어나가도 정말 아무 상관 없으십니까? 남 일이 아니라고요. 힘을 모아야해요 ! 마물들도 용사 한명이 다 때려잡는 게 아니잖아요. 이것도 우리가 함께 싸워야 바꿀 수 있는 거예요. 안그래요?" 최후의 보호막 p.43
우리는 모두 용사를 지켜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