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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48975s님의 서재
  • 오래된 뜬구름
  • 찬쉐
  • 14,220원 (10%790)
  • 2025-11-25
  • : 1,865
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이미 정상적인 독서는 끝났다. 서로를 염탐하고 욕하며 서서히 무너져 가는 이웃들의 일상은 익숙한 현실을 가장 불편한 방식으로 비틀어 놓는다. 집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찬쉐의 문장은 단 한 줄도 편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문장이 나아간다기보다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느낌에 가깝다. 어떤 장면은 이렇게 말한다. “작은 벌레가 수없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읽는 나조차 심장을 손으로 긁어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웃들을 감시하는 장면에서는 더욱 소름이 돋는다.

P23. “그 거울로 그 집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다 살펴볼 수 있어요. 아주 편하지요.”
이 문장은 경고도, 반성도, 부끄러움도 없다. 오히려 감시를 향한 확신, 엿보기의 기묘한 쾌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세계에서는 엿보는 자도, 엿보이는 자도 모두 가해자이며 모두 피해자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 묘사도 있다

p.32“장인은 곧바로 메뚜기처럼 펄쩍 뛰어 달아났다.•••장인은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쓰레기통 위로 엎어져 킥킥 거리며 쉬지 않고 웃어 댔다. 다 웃고 난 장인은 곧장 사원 쪽으로 황급히 도망쳤다. 장인은 종종 사원 다락방으로 기어 올라가 오고 가는 행인들에게 돌을 던지곤 했다.”
이 장면을 읽고는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손가락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일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생생하게 상상돼서, 문장 자체가 역겨운 이미지처럼 머릿속에 달라붙었다. 그저 웃는 모습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뒤틀렸고, 도망치는 뒷모습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묘했다. 이 책이 가진 부조리함과 현실감 사이의 불편한 경계가, 바로 이 짧은 문장에서 생생하게 느껴졌다. 찬쉐는 이렇게 인물들을 끊임없이 일그러뜨려서,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불신하게 만든다. 그리고 1980년대에 쓰였음에도 문장은 낡지 않았다. 읽는 동안 이 끔찍한 문학 세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몽환과 현실이 겹친 듯한 문장, 질투, 욕망, 탐욕, 열패감, 의심, 분노, 염탐 같은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래된 뜬구름』은 “재밌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심연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이 작품을 읽어보길 바란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충격적인 문학 경험이 될 것이다.

* 이 책은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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