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비타민 및 무기질 옹호론자인 후배의 소개로 보개된 이 책은 내게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해주었다. 이책의 메시지는 아주 단순 명쾌하다. 수의사 출신답게 자신의 농장경험을 소개하면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데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농장에서 가축을 기를때 반드시 보조영양제를 준다. 그래서 가축들은 건강하다.
2. 인간은 보조영양제를 먹지 않기 때문에 영양결핍상태이며 질병에 취약하다.
3. 의사들을 자신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값싼 보조영양제를 먹으면 간단히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갖가지 고가의 의료장비를 사용하여 비싼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을 축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의사들의 탐욕이다.
4. 영양제는 반드시 "천연영양소"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합성 영양제는 효과가 없다. 비타민은 석유에서 만든 합성비타민이 아닌 채소에서 추출한 천연비타민이어야 하고, 무기질은 식물에서 추출한 유기미네랄인 "콜로이드미네랄"이어야 한다.
천영영양제를 섭취하면 대부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너무나 명쾌한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 의료계의 문제점을 대비시켜 미국 의사들의 무능과 탐욕을 결부시킨 결과 저자의 메시지는 더욱 부각되는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제목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죽은 의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를 논리학에서 말하는 대우 명제로 만들어 보면 "거짓말을 한다면 살아 있는 의사다"!!
그러나 1991 노벨의학상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실을 너무나 단순화시킨 것 같다. 우선 이 책의 '사소한' 문제점 부터 지적하고 싶다. 노벨상은 노메네이트 되지 않는다. 노벨상이 무슨 아카데미 주연상이라도 되는가. 노벨상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어 아무도 누가 노미네이트되는지 알수 없다. 매년 노벨상 발표때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의 표지에 이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거나 홍보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무성의한 번역의 문제.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아무 설명없이 "트레이스 미네랄"이라는 단어가 책의 앞부분 부터 나오는데 일반 독자들이 이 단어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한글책에서 영어로 된 단어를 언급할때 한글로 써주고 괄호안에 표기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렇지만 이책에서는 그냥 영문 알파벳을 본문에 쓰고 있다. 사소한 문제는 이정도로 하고 저자의 핵심 주장에 대한 반박을 몇가지 해 보고자 한다.
1. 가축은 영양보조제를 먹어서 건강하다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는 광우병에서 부터 최근의 신종 인풀루엔자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심각한 현대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소의 경우를 보면 안전성 확보를 위해 대부분 30개월 이내에 도축을 하기 때문에 수십년 내지 백년을 사는 인간과는 경우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소에게 영양보조제를 준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고 싶다면 수십년 이상 키워보고 그 효과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2. 현대인의 질병의 원인을 영양겹핍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환원주의의 오류라고 할 것이다. 가령 "비타민 쇼크"(한스 울리히 그림, 예르크 치틀라우 저, 21세기북스, 2005)를 보라. 여기에 따르면 현대인은 비타민 부족이 아니라 비타민 과잉이 문제라고 한다. 비타민 제조회사의 판매전술에 넘어간 현대인들이 과도하게 비타민을 섭취한 결과 오히려 갖가지 질병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우리들이 익히 느끼고 있다시피 현대인의 질병은 심각한 환경오염,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들이 많다. 영양제 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인 것이다.
3. 미국 의사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좋지만 이를 부자가 되고자 하는 의사 개인의 탐욕으로 돌려버리는 것도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 수 없다. 영화 "식코"를 보라. 미국 의료보험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이제 세상이 다 아는 일일 것이다. 구조적이면서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결과는 결국 설득력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4. 마지막으로 유기농, 천연물이면 무조건 좋다는 것도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공장에서의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인위적인 조작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를 무시하고 100% 천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광고문구에 불과하다. 그리고 유기농, 천연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내추럴리 데인저러스"(제임스 콜만 저, 다산초당, 2008)를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책에 따르면 첫째, 완전히 안전한 물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적 화학 물질이든 인공적 화학물진이든 모두 위험할 수 있다, 둘째, 인간에게 어떤 물질의 안전성이나 효율성은 농도에 따라, 그리고 신체중 어느 부분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가. 너무나 상식적인 주장이지 않은가. 건강에 관한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이 정말 심각한 문제인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 대한 반박은 이정도로 하자. 하지만 한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칼슘을 일일권장량의 두배를 섭취하게 했더니 85%의 고혈압 환자가 나아버렸다는 저자의 주장은 단순한 보조영양제 권장을 넘어서 위험하기 까지 하다. 만약 대규모 임상실험에서 정말 그렇게 판명되어 고혈압 치료제로서 칼슘의 지위가 확고한 인정을 받고 있다면 무수한 고혈압 환자와 그로 인한 심혈관 질환자들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사들도 부자가 되고 싶어 그렇데 단순 명료하고 값싼 치료법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건강관련 글을 읽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최근에 출간된 의사출신 김양중 기자가 쓴 "건강기사 제대로 읽는 법"(한겨레 출판, 2009). 김양중 기자는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를 키울 것을 주장하고 있다. 즉 건강 독해능력을 키워야 건강정보 과잉 홍수의 시대를 올바르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 리터러시를 키우고 싶은 분은 한번 이 책 "죽은 의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충분한 내공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내몸 여기저기가 아픈 것처럼 느껴지고 천연비타민,무기질을 먹고 싶은 유혹이 빠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