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교수의 <상대성이론 강의>는 대중과학서와 전공 교과서의 경계를 허물며 물리학의 정수를 수학적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독창적인 시도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물리학은 물론, 이과 수학의 기초도 모르는 비전공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집합, 미적분, 벡터 등 고등학교 수학 기초부터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의 도출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책 한 권에 압축하여 강의하는 무모한 시도를 한다.
단순한 이론 설명이 아니라, 비전공 독자를 대상으로 1년간 진행된 스터디의 전말과 수강생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기록하여 소설처럼 읽히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교양 과학 서적들이 주로 사용하는 '비유와 은유'를 배제하고, 수식 중심의 전개를 택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의 뼈대를 직접 보여주려는, 가능한 최단 지름길을 선택했다.
기본적인 물리 이론이나 고등학교 수학은 아직도 내심 자신있다고 생각한 나도 이 책 후반부에서 나오는 텐서(Tensor) 해석, 미분 기하학, 크리스토펠 기호 등을 만나면서는 한계점에 봉착했다.
최종 목적지인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는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의 유도 과정에 이르러서는 저자의 설명도 너무 압축적일 뿐더러, 독자인 나의 이해도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 그냥 읽고 넘어가는 수준에 그쳤다.
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의 '기하학'이므로 시각적 이해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수식 전개에 치중한 나머지,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도표, 그래프, 시각적 일러스트레이션이 부족하여 독자가 추상적인 수식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기초부터 시작한다고 선언했음에도, 장이 넘어갈 때마다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수학적 배경지식이 얕은 독자 입장에서는 "어째서 이 수식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지"에 대한 중간 유도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총평하자면 이 책은 비유에만 의존하던 기존 과학 교양서의 한계를 깨고 "진짜 물리학의 맛은 수식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과감한 시도이다. 다만, 교양서와 전공서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서 있어 독자의 수학적 역량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평범한 독자는 수식의 의미 파악과 단원간의 수준 비약을 못 따라갈 것이므로 절망하기 쉬울 것이고, 물리 전공자에게 있어서는 수백년 자연과학사의 정수를 너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기에 새로운 재미는 얻지 못할 것이라는 단점이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일반 독자 입장에선 이 책을 두고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춰보면서, 컬, 그라디언트, 텐서, 해밀토니안, 크리스토펠 같은 개념을 하나하나씩 곱씹어보면서 죽기 전에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보겠다는 희망을 갖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