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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구석 판소리
  • 이서희
  • 16,920원 (10%940)
  • 2025-06-09
  • : 860

조선의 소리가 들려주는 마음의 울림, 방구석 판소리

이 책은 ‘조선의 오페라’라는 표현 그대로, 고전 속 서사와 정서를 소리로 다시 불러내는 독특한 여행서다. 단순히 옛이야기를 다시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판소리라는 전통 예술의 호흡으로 고전을 재해석하고, 지금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깊은 위로를 건넨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편견, 그리고 전통이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는 선입견을 말끔히 씻어주는 책이었다.

책은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PART 1 ‘조선의 오페라’였다. 익히 들어온 ‘심청가’, ‘춘향가’, ‘흥부가’ 등 익숙한 판소리 다섯 마당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조명하는 구성은,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감동을 전해줬다. 특히 '심청의 바다'는 헌신이 어떻게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소리 속 인물들의 삶이 어떻게 우리의 감정과 닿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책의 진가는 PART 2와 3, 잊혀진 고전과 향가를 통해 드러난다. ‘옹고집타령’의 교훈, ‘장끼타령’의 희생과 모험, 그리고 ‘처용가’에 담긴 용서의 미학은 시대를 넘어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건넨다. 고통을 춤으로 승화시킨 처용의 이야기 앞에서 나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미움과 고통에 갇혀 살아가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고전을 단편소설처럼 엮었다는 점이다. 단지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한 편 한 편이 잘 짜인 이야기로, 감정을 따라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면서도 소리의 리듬과 정서, 그리고 무대적 상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눈이 아닌 귀로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전통의 숨결을 깨우고, 고전이 왜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 곁에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이 책은 조용히 우리 마음속에 한 자락의 소리로 남는다. 무대 위가 아닌 ‘방구석’에서 만나는 판소리. 그 정겹고도 깊은 울림이, 오늘도 나의 일상에 잔잔한 위로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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