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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들의 엄격함
  • 윌리엄 에긴턴
  • 20,700원 (10%1,150)
  • 2025-01-24
  • : 4,015

천사들의 엄격함 


물리학자와 시인과 철학자라는 뭔가 어색한 조합이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아주 신박한 지적 향연을 펼쳐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 칸트라는 위대한 지성들의 이론과 업적을 나열하고 배우는 책도 아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실재의 궁극적 본질’이라는 워딩 자체도 100% 이해하기 힘든 지적 수준이지만 그 벅찬 주제를 이 책과 함께 탐험해보는 경험 자제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 보르헤스, 불확정성 원리를 주창한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 근대 계몽주의 철학자 칸트를 철학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와 우리가 감각하는 세계가 다르다는 점을 설파한다. 


세부적으로는 우리 이성의 불완전함을 탐구하고, 그런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계를 풍부하고 장엄하게 경험하는 이유, 자유의지의 의미와 우주의 기원, 도덕의 필요성 등을 다룬다. 


한편으론 인간 칸트,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가 등장하는 소설, 논픽션 같은 느낌이 이 책의 최고 매력인데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하이젠베르크에 대한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불확정성 원리를 인정하지 않는 아인슈타인과 지속적으로 논쟁하면서, 관찰 행위와 그 정보들을 연결하는 노력 너머에 의심할 바 없이 확실한 실재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기꺼이 무시했다. 그는 시공간 속의 물체가 항상 다른 물체와 관계를 맺으며, 관찰자는 그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라고 보았다.


그 외에도 자유의지에 대해 저자는 시공간 바깥에 절대적인 무엇인가를 가정하는 대신, 우리 앞에 놓인 세계가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의 출발점이며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기 쉬운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의지라는 멋진 힌트도 제공한다. 


우리가 정작 경계해야 할 것은 실재란 어떠해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부단히 넓어지는 미래의 발견을 가로막고 그럼으로써 그 벽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자연 그 자체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말하는 데에 그치게 된다. 우리가 안개상자 속에서 전자의 경로를 보는 까닭은 입자들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연속으로 이동한다고 우리의 이론이 일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연속성은 전자의 실재를 구성하는 일부가 아니라 우리의 실재를 구성하는 일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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