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2
2세의 귀환
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일단 그렇게 단정해보면 어떨까. 나는 현대 교토에 사는 너구리이지만, 일개 너구리라는 것을 긍지가 허하지 않아 먼발치에서 덴구를 동경하며 인간 흉내를 내는 것도 좋아해 마지않는다. 이 성가신 습성은 조상 대대로 면면히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선친은 그것을 “바보의 피”라고 불렀다.
1편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곧바로 집어든 2편이다. 너구리와 덴구와 인간의 경계를 넘는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뜨거운 바보의 피를 나눠 가졌다는 사형제의 모험과 덴구계와 인간계, 너구리계의 2세들이 대격돌을 벌인다.
시모가모가 2세와 에비스가와가 2세, 난젠지가 2세, 덴구 2세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바보 쌍둥이 형제 금각과 은각, 장수 연구가 할머니, 수수께끼의 괴인 덴마야, 목숨을 건 너구리 사랑을 실천하는 요도가와 교수 등의 방대한 캐릭터들이 라인업을 이루고 즐거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요즘같이 아이가 없고 식구수가 줄어들고 친척 왕래도 뜸할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어릴적 할아버지 할머니, 4촌에 6촌까지 대가족이 모여놀던 시절이 연상되기도 했고 일다보면 점점 헷갈리는 인물관계도를 손으로 직접 그려가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 소설도 가족이야기라 할 수 있다.
2세는 어째서 자신의 힘을 활용하려 하지 않는 걸까. 아버지의 지도 아래 개화된 덴구의 힘, 그 힘을 멀리서 동경하는 너구리도 있건만. 그러나 너구리는 덴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고 덴구는 너구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다. 덴구에게는 덴구의 긍지가, 너구리에게는 너구리의 긍지가 있다. 그렇기에 덴구의 피와 바보의 피는 서로 반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