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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ussy의 서재
  • 드레스는 유니버스
  • 송은주
  • 15,300원 (10%850)
  • 2023-10-25
  • : 493

드레스는 유니버스


여러 걸작들에서 만나봤던 송은주 번역가의 고전 속 여주인공들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문학평론집 같은 딱딱한 느낌은 아니었고 에세이 같은 즐거운 읽을거리였다. 


개인적으로도 고전소설이라면 항상 동경하지만 일년에 한두편 읽을까 말까하는 정도다. 그런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 할 수 있었고 고전 속 여덟 여주인공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볼 수 있었다. 


마담 보바리부터 제인에어, 위대한, 개츠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이성과 감성 등 읽어본 소설도 있고 못 읽어본 소설도 있었지만 저자만의 해설과 의미부여, 해석들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자기 팔자를 꼬는 가난한 가정교사 제인 에어, 착실한 남편을 두고 불륜과 사치에 푹 빠진 에마 보바리, 낭만적인 로맨스를 꿈꾸는 발랄한 동생과 비교되는 재미없는 모범생 엘리너 대시우드, 몰락했음에도 허세를 부리며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하는 블랑쉬 드보아 등 고전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었고 나의 상황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그 중에서도 제인 에어에 대한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제인에게는 도덕관념 말고도 그의 사랑에 굴복하지 않아야 할 다른 이유가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라 해도, 그는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하거나 지켜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내가 나를 염려한다. 고독할수록, 홀로일수록, 의지할 데 없을수록,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할 거야.”


그러나 제인 오스틴은 경제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생전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책이 몇 권 팔렸고 인세가 얼마나 들어왔고 판권은 얼마에 넘겼는지 등의 문제를 꼼꼼히 따졌다. 오스틴은 자신의 소설로 돈을 벌고 싶어 했고, 전문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소설들은 여가 시간에 심심풀이로 끄적인 글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수차례 공들여 수정하고 퇴고한 글이다. 오스틴은 물려받은 재산 없이 결혼하지 않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냉혹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웠다. 성공이 근면 성실함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우연의 산물이었다는 이러한 엉뚱한 전개는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모독으로 비쳤다. 그리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셀프 메이드 맨’이지 ‘우먼’이 아니다. 전형적인 ‘자수성가한 사람’이라면 허스트우드가 이에 더 가깝다. 적어도 그는 사고를 치기 전까진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해 고용인들의 신임을 얻고 부를 쌓았다. 그랬던 허스트우드는 뉴욕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로 전락하고, 캐리는 그를 버리고도 운이 좋아 원하는 것을 다 가진다니. 당대 독자들로서는 용서할 수 없다고 분개할 만도 하다. 그렇지만 노력이 늘 정당한 보상을 받지는 못하며, 성공한 사람 모두가 존경받을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믿고 싶지 않아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드라이저의 진짜 죄목은 모두가 알아도 외면해왔던 추한 진실을 덮은 포장을 걷어치워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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