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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pas님의 서재
  • 질투라는 감옥
  • 야마모토 케이
  • 17,820원 (10%990)
  • 2024-10-16
  • : 6,201











오카야마 대학 대학원 교육학 연구과 전임강사 등을 거쳐 현재 교토에 있는 리쓰메이칸 대학 법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신 야마모토 케이 교수님의 책이다. 저자의 전공 분야는 현대 정치이론, 민주주의론이다. 저서로는 《수상한 자의 민주주의 – 라클라우의 정치사상》, 《대립주의 – 포퓰리즘 이후의 민주주의》 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질투라는 감정이 단순히 개인 차원이 아니라 정치, 사회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한다.


질투라는 감정을 주제로 다룬 책인 만큼 저자가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의학을 전공하신 분일 거라 예상했는데, 정치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이어서 의외였다(원제를 보니 납득됨). 오랜 기간 정치사상을 연구해 온 저자는 질투를 어떤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을까?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질투에 대한 53가지 연구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흥미롭게 읽은 몇 가지 주제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질투란 무엇인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질투를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을 조금도 해치지 않는데 타인의 행복을 보는 것에 고통을 느끼는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질투자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이웃이 불행하기를 바란다. 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감정인가! 그렇다면 질투는 언제 발생하는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할 때이다. 따라서 질투의 대상은 자신과 비교 가능한 자, 즉 자신과 가까운 자로 한정된다.


♤질투의 세 가지 공포

1. 타인의 질투를 받는 공포(질투의 대상이 되는 공포)

저자는 질투를 피하는 네 가지 전략으로 은닉(성공이나 행복 숨기기), 부인(가치의 부정이나 과소 평가), 작은 선물(상징적 나눔), 공유(자신의 부와 행복을 공유)를 소개한다.


2. 자신의 질투심을 타인이 알게 되는 공포

질투는 도덕적으로 옹호되기 어렵고 수치스러운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3. 자신의 질투심을 스스로 인정하는 공포

질투의 대상에 대한 열등감을 인정한다는 뜻이므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는 질투를 무력화하는가? No!

(현실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열위를 타인이나 사회제도의 불공정에 호소함으로써 열등감에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자존심 유지). 반면 시스템 그 자체는 공정하고 자신의 열악한 상황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 여겨질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지독한 고통과 열등감을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 고자카이 도시아키의 설명이다(이런 상황을 고자카이는 ‘정의라는 지옥’으로 표현).


격차의 감소는 질투를 감소시키는가? 데이비드 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우열)가 동떨어져 있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우열이) 가까워질 때 질투는 발생한다.”

저자는 질투의 발생 조건인 ‘비교’가 성립되려면 일정한 유사와 근접이 블가결하므로, 도리어 정의로운 사회에서 질투는 더 만연하고 버거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질투와 민주주의의 관계

민주주의의 중심적 가치에 평등이 있다. 평등함에 대해 인식하자마자 사람들은 서로를 비교하기 시작했고, 비교할 때 질투는 발생한다(민주주의→평등→비교→질투). 질투는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되 그때 반드시 최소한의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 즉, 질투는 평등과 차이의 절묘한 균형 위에 성립하는 감정이다. 평등과 차이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구성요소라면, 질투는 민주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정리하면, 질투는 민주 사회를 파괴하는 존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똑같은 토양에서 태어난 쌍둥이 같은 존재, 민주주의에 불가피한 정념(情念)이다.


♤질투 마주하기

기독교 7대 죄악 중 하나이자 인간증오의 세 가지 악덕 중 하나로까지 거론되는, 평판이 형편없는 질투도 과연 쓸모가 있을까? 저자는 질투라는 감정의 효용이 ‘나는 누구인가’를 가르쳐준다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나의 질투는 나만의 것이기에 내가 누구의 무엇에 질투하는지, 왜 그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지 들여다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질투심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질투심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저자는 사회적 차원에서 질투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①공적 질투(질투의 에너지를 부정이나 불평등을 고발하는 등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에너지로 발산시킴) 이용, ②능력주의 타파(엘리트의 교만 교정, 노동의 존엄 되돌리기), ③다원적 가치관을 허용하는 사회 만들기(평가 축을 다양화하여 서열화나 비교를 어렵게 만듦)를 제시하고 있다. 또 개인적 차원에서 질투를 제어하는 방법으로는 ①자신감과 개성 가지기(창작에 몰두, 실효성은 낮아 보임), ②비교를 멈출 수 없다면 오히려 철저하게 비교하기(상대의 단점 파악으로 질투심 누그러뜨리기)를 들고 있다.


위에 소개한 내용 외에도 상향 질투와 하향 질투 비교(하향 질투도 있다!), ‘Envy(결여)’와 ‘Jealousy(상실)’ 비교(책에서 다루는 질투는 Envy에 해당), 질투와 유사한 듯 다른 개념인 ‘샤덴프로이데’와 ‘르상티망’의 개념, 도덕적 질투(하향 질투의 일종)의 개념, 질투의 경제학(세금과 질투의 관계-수직적 공평/수평적 공평) 등 질투가 무엇인지와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글들도 있다(제1장). 또 플라톤, 플루타르코스, 프랜시스 베이컨, 임마누엘 칸트, 데이비드 흄, 장자크 루소 등 사상가들이 질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질투의 사상사, 질투론의 계보)도 담겨 있다(제2장). 제4장(질투∙정의∙공산주의)과 제5장(질투와 민주주의)을 읽으며 개인 차원에서만 머물렀던 질투라는 감정에 대한 사유가 정치사상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점이 이번 독서에서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질투라는 감정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인문교양/사회과학 서적의 성격을 많이 띠고 있는 책이다. 질투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하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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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북로망스(@_book_romance), 북모먼트(@_book_moment)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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