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초빙교수를 역임하셨고, 40여 년간 카피라이터로 활동해 오고 계신 정철 작가님의 책이다. 전작으로는 《카피책》, 《내 머리 사용법》, 《한 글자》, 《사람사전》, 《동사책》 등이 있다. 이 책은 ‘여전히’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는 카피 한 줄, 독자 가슴에 도착하는 문장 하나를 쓰고 싶은 저자가 연필로 꾹꾹 눌러쓴 문장 삼백스물 한 개를 담고 있다.
책은 “짧은 글은 짧지 않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여는 글(서문)’은 저자가 이 책을 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 문장. 두 문장. 세 문장. 문장을 하나씩 늘려가며 글을 쓴다. 아직 완성은 아니다. 연필을 내려놓는다. 지우개를 든다. 지우개로 글을 마저 쓴다.
세 문장. 두 문장. 한 문장. 내가 쓴 문장을 내 손으로 지운다. 지운다. 더는 지울 것이 없다. 지우개똥 곁에 살아남은 문장 하나가 보인다.
이것이 책을 쓰며 내가 한 일의 전부다.』 _5쪽
카피라이터의 숙명이나 직업적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주옥같은 문장 하나를 건져 올리기 위해 저자께서 쓰고 지우는 작업을 무수히 반복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문장 속 선별된 단어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은 총 8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구분에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도 저자만의 독특한 색채가 묻어난 빛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피식 웃음을 자아내는 문장도 있고, 저자의 기발한 발상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문장도 있으며, 인생과 사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저자의 깊은 통찰이 돋보이는 문장들도 있다. 여러 가지 색깔을 지닌 문장들의 향연으로 독자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 독자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기도 하며, 인생을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책 속 문장마다 깊고도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비록 위트가 넘치는 문장이라 하더라도)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휘리릭 읽고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하고 잠깐 멈춰 생각에 잠기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글 쓰는 사람은 일상의 사소한 것 하나조차 허투루 넘기는 일 없이 면밀히 관찰하고, 넓게도 깊게도 생각해 보고, 사물이나 현상을 대할 때 남들과는 다른 관점,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독자에게 가닿는 문장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 지루하고 진부한 문장을 시간 들여 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 책에 실린 보석 같은 문장 삼백스물 한 개 중에서 위트 넘치는 문장 하나와 머릿속에 새기고 싶은 문장 하나를 소개한다.
1. “토끼는 거북에게 진 게 아니라 이솝에게 졌다”
경주는 각본대로 진행되었고 각본은 이솝이 썼다. 지는 건 슬픈 일이 아니지만 왜 졌는지를 모르는 건 슬픈 일이다. 왜 졌는지를 모르면 또 진다.
→ 실패했을 때 그 원인 분석은 꼭 필요하다.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 “동사가 연상되지 않는 명사는 곧 명사 신분을 잃는다”
해는 뜨다. 꽃은 피다. 새는 날다. 물은 흐르다. 모두 다 자신만의 동사가 있는 튼튼한 명사들이다. ‘나’라는 명사도 튼튼해지려면 연상되는 동사 하나는 있어 줘야 하지 않을까.
→ 나를 특징지을만한 동사는 무엇일까? 먼저 나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발전시킬지 끊임없이 생각해 보자!
저자는 묻는다.
“당신에게 한 문장이 있습니까?”
묻고 나서 대답한다.
없다면 오늘부터 쓰면 된다고.
사랑도 인생도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고.
왜 여태까지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을 내가 직접 쓰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까? 성현이나 명사들의 명언을 수집하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저자의 제안대로 ‘내’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 나에게 던지는 질문 한 문장, 그리고 오직 나를 위한 한 문장을 차근차근 써 보려 한다.
‘짧지만 짧지 않은’ 책 속 문장들을 읽으며 인생과 사람 그리고 자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들, 짧지만 매력적인 문장 쓰는 방법을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인생을건너는한문장 #정철 #김영사 #한문장 #짧은글 #카피라이터 #추천도서 #도서추천 #책추천 #신간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김영사(@gimmyoung)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