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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님의 서재
  • 이선 프롬
  • 이디스 워튼
  • 9,900원 (10%550)
  • 2020-08-14
  • : 3,346
하얗다. 이 곳에서 삶은 건조하고 바스락거린다
조금만 삐긋해도 부스러져 주변에 쌓이고, 치우기가 곤란해지는 삶, 색이 없는 그저 참아내는 이선의 삶이다. 그런 이선에게 아픔은 삶과 동일어다. 부모님의 병환, 아내의 병치례. 지친 스물여덟의 이선. 매번 무채색속에서 살았다. 하얀 식탁보 위 누렇게 바랜 얼룩같은 아내와 사는 듯 죽는 듯, 조상의 무덤위에서 시신처럼 살아가는 이선에게 나비가 날아온다. 자주빛 리본으로 분홍 리본으로. 창백하던 볼엔 생기의 붉은 빛이 돌고 , 춥고 차가운 부엌엔 매티란 불빛이 비친다. 그렇지만 이 곳엔 어울리지않는 불빛과 색감이다. 이선이 속한 곳에 어울리지도 원할 수도 없는 색이다. 그래서였나보다 기껏해야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기차대신 죽음으로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이선은 인내하는 자. 죽음을 원하는 자에겐 질긴 삶이 기다린다. 정말 지독한 삶이다. 고단하고 가난한 척박한 곳의 미국인들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작가가 상류층계급이라는 게 놀라울 뿐, 마치 이선의 삶을 산듯 혹은 그 곳의 붙박이장이었던 것처럼, 그 곳의 암울한 한숨소리까지 제대로 묘사한다.
책을 덮고, 그 곳의 겨울을 생각했다. 밤색말의 가쁜 숨소리와 매티와 이선의 잠깐의 봄을 생각해 본다. 삶에선 누구나 겨울을 맞이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봄과 여름, 가을이 있었기에 긴 겨울, 봄의 꽃과 여름의 초록을 가을의 쨍한 파랑과 짙은 붉음을 모아 몸을 녹이고 희망을 꿈꾼다. 그러나 간혹 겨울만 있는 듯한 삶이 있다.
이선 프롬, 길고 긴 겨울의 삶 속, 잠깐의 눈보라가 걷힌 그 순간의 빛남조차 조롱같은, 겨울만 살다가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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