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언어(言語)'의 사전적 정의는 생각이나 말 또는 글로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한다. 한 번쯤은 언어의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언어란 무엇인지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문학평론가이자 언론인이자 기호학자인 이어령 작가의 여덟 번 강연을 통해 '언어'에 대한 탐구를 잘 보여준다. 작가는 축적된 지식을 통해 세심하면서도 날카롭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강연을 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통해 사지선다의 덫에 걸렸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청산 구조 속에서는 만남과 이별도, 삶과 죽음도 하나가 된다고 말한다. 또한 소크라테스의 헴록 효과를 통해 철학자의 신체와 지식의 탐구에 살펴보기도 하고, 한 여인의 서원으로부터 시작된 세계 최고의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등장을 알려주기도 하고, 기록성과 보존성을 고루 충족시키는 것은 종이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시의 정체성에 소통하기도 하고, 인류의 집단 기억과 기억장치로서의 책을 언급하며 역사를 말하고, 언어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 일본에 뺏긴 이름의 아픔과. 한국문학 번역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언급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정말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어령 작가께서 왜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만 같았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아 감탄하며 읽었다. 책 제목이 '거시기 머시기'인게 특이했는데 앞장에서 바로 나온다. 글을 읽다 보면 강연 준비를 열심히 하신 게 느껴진다. 언어에 대한 깊은 통찰, 문화의 중요성, 한국어의 묘미, 종이책과 전자책의 이분법적보다는 '접는 디지털 종이'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글과 책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얼마 전 작가는 멋진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우리가 이루는 것이 아니라 내가 끝나는 데서 우리가 시작해야 한다.” - <거시기 머시기> 中, 252p. -
이 말이 참 인상깊다. 작가는 어렸을 때 천자문을 떼지 못하고 이 후에는 백지의 공포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언어와 책, 글, 우리나라를 생각하며 80년 독서와 글쓰기 인생을 살았다. 그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글은 계속해서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이어령 작가의 언어적 상상력과 글쓰기 인생을 알고 싶다면, 한국 시의 미래에 대해 궁금하다면, 철학을 통해 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번역의 모순을 해소하고 싶다면,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언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매우 추천한다.
그 곳에서 평안하게 지내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인상깊은 문장]
책을 책장에 쌓아두지 말고 마음속에 쌓아두라. 기억 속에 집어넣어라.
- <거시기 머시기> 中 130p.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
미래의 책이 어떤 것인지 묻지 말고,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봅시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발명입니다.
- <거시기 머시기> 中 142p. -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