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는 나이고, 우리이다.
cometoyunji 2024/04/04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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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도
- 최진영
- 13,500원 (10%↓
750) - 2024-03-30
: 4,208
엄마가 산타인 한 소녀가 있다. 크리스마스 즈음은 물론 언제나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물을 전해주는 엄마는 늘 바쁘다. 내가 학교에서 언제 발표회를 하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알지도 못할 만큼.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려 해도 선물 상자들 때문에 안된다 하고, 놀러 가자고 해도 다음에 라고만 하기 일쑤이다. 요즘 친구들은 산타를 믿지 않아서 일본에서는 산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이야기에 산타가 없어지면, 엄마는 한가해져서 나랑 놀아주고 사랑해 주려나? 은근히 기대하는 작은 어린 나를 본다.
나는 외롭고, 쓸쓸하고, 서운하고, 속상하다.
아이들과 책 수업하던 <허둥지둥 산타가족>의 내용의 일부이다. 교재로 편집해 읽어서 뒤 내용을 아직 모른다. 나와 엄마는 서로 서운하고 미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화해를 했겠지?
수업 준비를 하려 책을 읽고, 교재 내용을 살피며 원도를 떠올렸다. 책을 읽다 덮어도 생각나는 사람. 원도. 혼자 두고 싶지 않아 다시금 책을 펴고 끝까지 찬찬히 그를 읽어 내려갔다.
세상 모든 게 궁금하고 질문이 많았던 아이 원도. 수많은 질문 만큼 수많은 대답을 거절당한 원도. 엄마가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니었던 아이 원도.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노인들을 살피느라 있지만 곁에 늘 없었던 어머니.
만족스럽다 한 마디를 남기고 원도 눈앞에서 죽어버린 아버지와
엄격한 규율과 냉정한 태도로 원도를 바라본 살아있는 새아버지.
그리고 어느 날 원도의 인생에 불청객으로 나타난 장민석. 원도가 있어야 할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빼앗은(빼앗겼다 생각한) 원도의 삶의 이유이자 죽음의 이유가 되었던 그. 원도는 혼자였다.
삶의 고비고비를 넘어 죽음을 실패하고 모든 걸 잃고 홀로 찬 겨울밤 피를 토하며 걷는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지만, 일어나 걷고 또 걸으며 묻는다.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 역시 아니다.
그것을 묻는 당신은 누구인가.
이것이다. _p.240
사랑받기 위해 처절히 애쓰고, 저항하고, 사는 이유가 죽지 않음인 원도의 모습이 마치 나의 어느 모습과도 닮아서 그냥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원도가 살아 앞에 있다면 그저 꼭 안고 나의 온기를 나누어주고 싶었다. 왜 사는가. 왜 죽지 않았는가는 원도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의 개정판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선보인 <원도>이다. 사랑이 필요하다는 외침은 살고 싶다는 외침과도 같다. 원도를 통해 우리네 삶과 죽음, 구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난 혼자요 하고 말하자 여인숙 주인이 숙박부에 그렇게 적었다.
이 추운 겨울밤.
_고바야시 잇사
원도 책 머리에 나온 문장이다. 책을 다 읽고 이 문장을 다시 읽으니, 원도가 너무도 선명히 다가온다.
나 혼자요.
원도가 대답한다._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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