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언니들의 10인 다색 인터뷰
cometoyunji 2024/03/1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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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블루칼라 여자
- 박정연
- 16,200원 (10%↓
900) - 2024-03-05
: 811
남성에게는 당연한 것들도 여성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 쟁취해야 한다. 애초에 세상은 남성으로만 돌아간 것 같이 남성 중심 문화, 산업들 속에서 투쟁하며 살아간다. 전업주부나 육아를 담당하게 된 남자들에게는 아내가 돈 잘 벌어 좋겠다는 부러움 혹은 자상하다는 긍정적 시선과 함께 무능한 건 아닌지(경제적으로) 정도의 불편한 시선이 오가는 것 같다. 남성이 어떻게 여성 고유 영역을 침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분노 어린 시선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소위 남성의 영역이라 여기는 건설 현장, 화물업에서 일하는 블루칼라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불편한 시선과 대우는 당연한 듯 여겨지고 스스로 맞서 싸워야 한다.
남성이 대다수인 소위 남초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나, 블루 칼라 여자>책은 출발하였다. 건설 현장, 화물업, 자동차 정비 등 거친 현장에서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마치며 일했을 10인의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남성의 영역 안에서 차별받고, 무시당하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동료로 인정받기 위해 울고 소리치고 달래며 싸워야 했던 이야기들.
전업주부로 살다 가정 형편상 일을 시작해야 했던 지나씨는 자신의 유일한 기술인 운전을 활용해 화물차 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초보', '여성'이라는 편견이 따라붙으며 같은 초보임에도 여성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어렵게 취업을 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했지만, 마치 놀러 나온 사람처럼 대하고, 자기를 동료가 아닌 '여자'로 바라보며 선 넘는 행동과 편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내는 낸데! 나는 그저 나, 여자로 당당하게 행동하고 열심히 일하는 지나씨는 현재 화물연대 부산 서부지부 지부장으로 일을 한다._화물 노동자 김지나
회사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뒤 지인의 권유로 발전소 아르바이트를 하다 용접사를 시작하게 된 신혜씨. 당시 신혜씨가 있던 충남 서산에는 여성 용접자가 한 명도 없었다.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과 우려를 딛고 용접을 시작했지만, 기회조차 없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용접사가 아닌 조공으로 일당을 적게 받고 일을 시작했다. 용접사들 사이에선 용접 불꽃이 눈에 튀어 화상을 입었을 때 모유를 짜 넣으면 괜찮아진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신혜씨보고 '니 젖 좀 짜줘라' 라는 성희롱을 받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선 바로 사과를 요구하고 받았다. 잊지 못할 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난 뒤 안에서 작은 일로 만들었다.
_플랜트 용접 노동자 김신혜
현장에서 가장 힘든 일은 생각지 못했던 화장실이었다. 그렇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당연한 일. 여성용 화장실을 요구하는 것조차 투쟁이었던 그녀들.
이런 첫 번째 지나씨, 신혜씨가 남초 직군에 한 명 한 명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성역은 무너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벽은 낮지 않다. 일터에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가 원하는 만큼의 노동을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남편에게 눈치 받지 않고 돈을 스스로 벌 수 있음이 당당하고 든든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들이 여성에겐 꿈과 목표가 되고,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이유로 집안 노동을 하는 전업주부들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은 가치를 멸시 당한다.
인터뷰 그대로의 대담이 실려 있어 읽고 있지만, 듣는 듯 생동감을 주었다. 황지현 사진작가의 인터뷰이들의 생생한 표정 사진이 생동감을 더함은 물론이다.
내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투표할 수 있고, 학교를 다닐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것들은 이처럼 편견과 차별을 뚫고 눈물을 훔치며 독하게 나아가는 10인의 언니들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의 시선보다 내 스스로의 결정과 신뢰를 믿고 오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들을 보며 나 또한 내 삶의 부조리한 것들에 맞설 용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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