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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 안가연
  • 12,600원 (10%700)
  • 2020-05-25
  • : 436


  내 유년시절의 반은 포켓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내가 포켓몬 세상에 있었다면, 포켓몬 트레이너였다면 하고 상상의 나래를 줄곧 펼치곤 했다.


나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나서도 여전히 포켓몬에 열광하고, 

새롭게 포켓몬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특이한 초능력 애완동물(?)이라고 여겼던 포켓몬이 실은 우리를 닮았다고?!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의 저자 안가연은

이상해씨에게서는 우직함을, 피카츄에게서는 친화력을, 파이리에게서는 솔직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포켓몬이 우리랑 어떻게 닮은걸까?궁금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이 겉표지가 따로 있길래 혹시 안에는 어떤 그림일까 설레이며 겉표지를 벗겼는데 

깜찍한 속지와 더불어 겉표지 안에 또다른 표지가 프린팅 되어 있었다.

뒤집어서 끼면 피카츄가 깜찍하게 윙크하고 있다. 뒷표지는 꼬리의 앙증맞음까지! 

쿨럭 이것만으로도 디자인 아주 만족합니다^^




  책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은 힐링 에세이다.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면서도 포덕(포켓몬 덕후)라면 꼭 한번은 보고 싶을 만큼 우리와 포켓몬의 닮은 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가득하다. 

책의 저자 안가연은 네이버 웹툰 <자취로운 생활>의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의 자취생활기를 다룬 웹툰인데, 저자의 가명이 피카츄를 거꾸로 한 츄카피로 나온다거나, 방에 포켓몬 인형들이 그려져 있는 등 그때도 포켓몬 덕력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포덕! 쏙쏙 포켓몬 특성을 잘 잡아낸다.


p.s. 나는 에세이를 다 읽고 마지막에 도감을 봤는데, 

맨 뒤에 실린 포켓몬 도감을 보면서 에세이를 읽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쓴맛의 추억-(p. 37)

내루미 

남다르게 길쭉하고 큰 혀가 특징인 포켓몬이다. 

도감에 따르면 내루미는 처음 본 것은 반드시 핥아본다. 혀의 감촉과 맛으로 기억한다. 


저자는 아메리카노의 강렬한 쓴맛이 뇌리에 강력히 박히고, 

그래서 가끔씩 떠올라 마시다보니 이젠 커피 없이 하루를 시작하기 힘들정도라고 한다.


이런걸 생각하면 첫맛의 씁쓸함이 오히려 소중하고 설레인다는 말이 너무 예뻤다.


나는 성격이 세면서도 싫어하는 맛일까봐, 맛없는 맛이 걸릴까봐 맛보기 두려워하는 소심함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고 나니 포켓몬 극장판에서 처음 보고 못생겼다며 싫어했던 내루미가

거침없이 맛보고 쓰고 시큼한 맛에 도리질 하면서도 그 첫맛 또한 추억이 되는 걸 아는듯해 왠지 멋있게 느껴졌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 (p.110) 

뚜벅쵸: 영양 만점인 흙을 찾아 몸을 묻는다. 


우리는 모두 서툴러서 최대한 비옥한 땅을 찾아 뿌리내리려고 한다.

(중략)

나의 인생을 비옥하게 해줄 완벽한 곳을 찾아 정착하려 한다.


걸어다니는 귀여운 풀이라고만 생각했던 뚜벅쵸는 

뚜벅뚜벅 걸어서 어떻게든 좋은, 인정받는 땅을 찾아 묻고 안주하려는 우리들과 참 닮아있었다. 



*운 질량 보존의 법칙 (p. 116)

토케틱: 행운을 가져다주는 포켓몬으로 불린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자를 발견하면 모습을 드러내서 행복을 나누어 준다. 


나의 타이밍=운 타이밍 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운이 효력을 발휘한다.


운의 또다른 말은 기회일지도. 


*꿈을 먹고 산다 (p.190)

슬리프: 잠들게 한 뒤 꿈을 먹지만 나쁜 꿈만 먹고 있으면 배탈이 날 때도 있는 것 같다. 

특유의 능글능글한 눈빛이 살짝 변태같기도 한 슬리프는 에스퍼 포켓몬으로 꿈을 먹는다. 


어릴적부터 나는 화가나 의사같이 뭔가 강렬히 되고 싶은 직업이 없었다. 이루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여행이나 취미생활 할 수 있는 정도로 꽊 조이지 않고 여유로운 삶을 할 수 있는 너무 어렵지 않은 직업이라면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꿈도 열정도 없는 내가 한심하고 속상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내던지는 것만이 진짜 꿈일까? 

어쩌면 지금 내가 있는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것이 꿈이 될 수는 없을까?"라는 말에 

좋아하진 않아도 내가 쉽게, 잘할 수있는 일을 계속 하는것,

돈을 많이 벌진 않아도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것 또한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 또한 꿈이라면 저자의 말처럼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건 꿈을 먹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다, 결국엔 모든게 동그래질 테니까 (p.99)-꼬마돌


사실 책 소개에서 이 문구를 보고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


단체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는 속담도 그런 말이 많다.

그중 "모난 돌이 정맞는다." "둥글둥글하게 살아야지!"가 제일 싫다.

유별나고 독특한 내가 틀렸다고 하는것 같아서 들을때마다 상처고, 기분이 좋지 않다.

동그래진다는 말에 움찔했지만 그래도 결국 포켓몬 덕심을 숨기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됬는데 왠걸, 이 챕터를 읽고 꼬마돌이 너무 좋아졌다. 


*

오래된 돌일수록 몸의 모난 부분이 깎여 나가 둥그스름해지지만 

온몸에 생채기가 나며 둥글어지는 동안

마음은 더욱 울퉁불퉁 뾰족하고 거칠어진다.

그래서 자신이 동그래진 줄도 모른채 여전히 세상을 뾰족하게 바라보며 살아간다.


나도 참 어렸을 적부터 구르고 또 굴렀던것 같다. 

뾰족하게 반항했지만 결국 어느 정도는 사회에 걸맞춰 둥글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더 날카롭고 울퉁불퉁해졌고, 그래서 우울했다.


그러나 저자는 외적인게 둥글어지는 것처럼

내적인 것 또한 둥글어지기 마련이니,

어느새 내적인 아픈 마음들도 둥그레져 괜찮아질 거라고 위안한다. 


그 말에 울컥 눈물이 솟았다.

여전히 최애는 피카츄지만 못났다 여겼던 꼬마돌이 얼마나 정감 있어 보이는지! 


다른 포켓몬들도 볼때마다 자동으로 에세이의 구절이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더 애정이 생기는 것만 같다.


*
*
*


 

한줄요약: 포켓몬 덕후가 포켓몬 덕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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