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밀 2021/02/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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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 핍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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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 - 2021-01-29
: 1,615
1879년, 제임스 머리가 옥스포드 영어사전 책임 편집자로 임명된 이후 사전편집 과정에서 사전의 남성 편향적 성질에 대한 작가의 고민에서 시작된 소설.
소설은 에즈미라는 가상인물의 일생을 통해 사전 편집 과정을 그려냈다.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스크림토리엄(사전편집실)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에즈미. 어느날 Bondmaid(여자노예)라는 단어가 적힌 쪽지를 주워 자신만의 공간에 보관하게 되고...
*그 단어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빛나는 물건처럼 내 옷 주름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감히 손을 댈 수도 없었다. 내가 단어를 만질 수 있는 건 오직 아빠랑 같이 있을 때뿐이었으니까. 소리를 내서 아빠를 부를까 생각했지만 무언가가 내 혀를 붙들었다. 그 단어를 만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채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무슨 단어일까? 나는 궁금했다. 누구 거지? 흘린 단어를 찾으려고 허리를 굽히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 지난 다음에야 나는 그 단어를 둥글게 모은 두 손에 담아 올렸고, 그 은빛 날개가 부서지지 않게 조심하며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내가 숨어 있던 곳은 어두워서 읽기가 힘들었다. 나는 두 의자 사이, 반짝이는 먼지의 막이 드리운 곳으로 몸을 옮겼다. p. 19
에즈미가 성장하고 성인이 되고 사랑을 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에 반짝이거나 온전히 다 표현할수는 없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들이 함께했고 그 과정은 매우 따뜻했다. 비록 옥스포드 사전에 실리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소리내어지는 단어들, 특히 여성을 위한,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백인 남성들의 언어로 인용되어진 단어들이 아닌 잃어버린 단어라 불리는 단어를 모아 사전을 만들어낸 과정과 개러스의 에즈미를 향한 사랑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특히나 밑줄긋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던 책.
몇개만 옮겨본다.
*"잊지 마, 에즈미, 단어들은 부활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란다." p.47
*관습은 어떤 여성에게도 어떤 도움도 되어준 적이 없어요.p.90
*'자매들', 나는 분류함을 뒤졌다. '자매들'에는 쪽지가 많이 딸려 있었다 그것들은 이미 분류되어 각각 다른 의미에 맞게 작성된 대표 쪽지들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어느 것에도 '동지들'이라는 의미는 없었다.p.229
*"이 단어들 말이에요." 트렁크 속으로 손을 뻗어 쪽지를 한 움큼 꺼내며 내가 말했다. "이것들은 숨어들려고 나한테 온 게 아니었어요. 이 단어들은 바람을 쐬어야 돼요. 읽히고, 공유되고, 이해되어야 해요. 어쩌면 거부당할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요. 스크립토리엄에 있는 다른 모든 단어들처럼요."p.353
*가장 온화한 단어들-처녀, 아내, 어머니-조차도 우리가 성관계를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온 세상에 대고 떠벌렸다. '처녀 Maiden'의 남성 대칭어는 뭘까? 그런 건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부인Mrs' '창녀 Whore' '전문 불평꾼Common scold'의 남성 대칭어는? 나는 창문 너머 스크립토리엄 쪽을, 이 모든 단어들의 정의에 보금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는 장소를 쳐다보았다. 어떤 단어들이 나를 정의할까? 나를 평가하거나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단어가 사용될까? 나는 처녀가 아니었지만, 어떤 남자의 아내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았다.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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