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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chae218님의 서재
  •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 16,920원 (10%940)
  • 2016-08-19
  • : 21,463

계절마다 찾게 되는 책이 있다. 나는 보통 계절이 제목에 담긴 책을 꼭 한 권씩은 읽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장마와 푹푹 찌는 무더위가 기승인 올해 여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폈다. 책을 처음 건네받은 날,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조금 당황했다. 표지에 그려진 나무들, 등장인물들의 직업인 ‘건축’을 담은 설계도면까지. 이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 할 수 있다고? 라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결말까지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세밀하고 다정한 묘사는 읽는 사람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하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동경하던 건축가 무라이 선생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사카니시, 사무소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이들의 관계는 다른 소설처럼 복잡한 관계도나 사건 정리가 필요 없다. 잔잔하게 이들이 건축사무소에서 하는 일, 일상, 그 속에 스며든 ‘여름’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누군가는 이 책의 흐름을 알기 어렵다, 재미가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다. 빼곡한 글자에 정신을 살짝 잃으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을 한 번 권해본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잠시 숨을 고르고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시간을 가져보자. 살랑살랑 부는 습한 바람, 매미소리, 나무 그늘만 있다면 우리는 무라이 건축사무소에 함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든 유리창이 열리고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여름 별장이 천천히 호흡을 되찾아간다.”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아.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그렇지만 가을이 깊어지고 숲의 나무들이 완전히 잎새를 떨구면, 파우더를 뿌린 것 같이 하얀 아사마 산 표면이 다시 뚜렷이 보인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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