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우리걸작 그림책 시리즈 중 49번쨰, 따끈한 신간입니다.
저희 아이들과 함꼐 읽어봤어요. 사실 글밥으로 치면 단 한줄짜리라... 에게, 이건 아기들도 읽울 수 있지 않나? 라고 잠시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어요. 물론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에요.
늘 주지하다시피 그림책의 글밥과 그림의 수준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음을 알고 있거든요.
그림에 만도 상당히 많은 함축을 담고 있어 제가 느끼기에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면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구나 싶더라구요.
그렇지만 읽히는 엄마의 입장으로 깊이있는 상징과 그 자체로 예쁜 그림이 상당히 멋지고 맘에 들었구요.
오래오래 소장하여 아이들이 조금더 담금질 되어 유치원생이 되고 5,6세...6,7세가 되면 충분히 책의 그림 이곳저곳을 살피며 변화하는
상징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나름의 해석과 함께 그림책을 한번 봐 보실까요?
무엇을 하고 놀까?
빨간 옷을 입은 주인공이 심심해 쇼파 위에 축 쳐져 있어요. 따분하고 단조로운 기분은 무채색으로 표현되었네요.
죽죽 그어진 벽지 무늬며 창밖의 풍경도 아무런 색깔없고 아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림을 그려 봐!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망설일 것 없어.
빈 종이를 들었다가 바닥에 놓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주변환경도 색깔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사실 그림그리기에 많이 노출된 편이 아니에요. 핑계면 핑계겠지만 전 지금껏 아이들 키워내기에 급급해서 아이들과 제대로 된
활동이라 하면 함께 책읽기 정도에 그쳤네요.
요즘은 집에서 물감놀이도 하고 그리기 활동을 조금씩 하는 편인데, 아직도 어떤 창작활동에 재미를 붙인 상태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앞 페이지에서 무엇을 그려야할지 망설이지 말라고 해놓고는 다음 페이지에서 대단한 그림이 나왔다면....
저희 아이들은 그냥 책을 덮어버렸을 것 같네요.
하지만 점 찍기는 잘하는 아이들이라, 점 하나를 찍고 그것이 무수히 넓은 공간으로 퍼져 상상의 나비와 함께 훨훨 날아가버리니...
아이들 반응이 제법 괜찮았던 것 같아요.
점과 함께 날아온 나비들과 함께 이제는 빨간 원피스의 아이는 주체가 됩니다.
아무런 색도 의미도 없던 벽지가 갈색의 나무로 되살아나기 시작하네요..
아이는 그림그리기에 탄력을 받은 듯 보입니다.
창밖에는 이제 구름도 바람도 흘러가고, 살아있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이는 상상을 마음껏 펼칩니다.
그렇다고 어떤 유의미한.... 그림은 아닌 것 같아 보이죠. 뒷장에서 보듯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들어간 모험을 떠나지요.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주인공인 것 같아요, 빨간원피스
소녀는요. (그림실력은 우리아이들보다 쫌 낫네요 ㅎㅎ)
동그라미를 그렸다고 머릿 속에서 동그라미로 끝날 필요는 없죠.
어린 아이들도 얼마든지 다양한 상상은 가능해요. 동그라미 열기구를 타고 곰과 함께 날아가 봅니다.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 도착한 곳은 뾰족뽀죡 세모 지붕으로 가득찬 으리으리한 성입니다.
성 안에 들어가보니 반듯반듯 네모 모양의 문이 너무 다양해서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희 큰 아이가 "어느 문으로 들어가지?"라고 묻더라구요. 너무 많아서 못 고르겠나봐요 ㅎㅎ
문의 무늬나 문고리를 잘 보면 홍학도 보이고, 얼룩말 무늬도 있고, 기린 무늬, 고릴라 경칩, 사자 얼굴 다 보이네요. 동물들이 갇혀있나
봅니다..
곰이 친구들을 꺼내달라고 소녀를 찾아온 걸까요?
이제 아이는 다양한 색깔로 텅 비었던 종이를 꽉 채웠습니다. 아마도 동그라미, 세모, 네모의 이야기들로 한편의 모험을
만들어내었겠지요.
죽죽 그어졌던 벽지의 무늬는 이제 완전한 숲으로 바뀌고, 하얗던 바닥에는 숲속의
풀들이 자라나기 시작하네요.
아까 네모 문들이 꽉꽉 잠겨있어 열어야 하나봐요. 드르렁드르렁 코고는 괴물의 얼굴은 없지만, 그건 중요치 않나보네요.
아이는 괴물 허리춤의 열쇠만 가져오면 되니까요.
문을 모조리 열어 동물들을 꺼내주니 괴물이 마구 쫓아오네요. 쿵쾅쿵쾅!!!
괴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혼자가 아니라 많은 동물친구들과 함께네요 ^^
휘이잉~ 휘이잉~
마법의 양탄자를 홍학들이 끌어주고 있는데요...전 그간 홍학이 꼿꼿하게 무리지어 서있는 사진만 많이 봤는데 이렇게 훨훨 나는 건 그림으로
첨 본거 같아요. ㅋㅋ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홍학들이 동물들을 하늘 높이 보듬어 끌어주고 있네요.
너무나 인상적이고 예쁜 그림이라 특히 이 페이지만 펼쳐서 벽에 붙여놓고 매일 보고 싶네요 ^^
우리 아이들도 엄마랑 나중에 비슷한 생각을 할거라고 믿어요 ㅎㅎ
다함께 날아 빨간원피스 소녀네 집에 왔어요. 이 그림도 너무 이쁘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중에 <고릴라야 잘자>라는 책이 있는데... 동물원 지기가 밤에 집으로 돌아오며 온갖 동물들이 뒤따라
들어와 안방에 몰래 숨어들어가는 내용인데...
보고보고 또보고 정말 좋아해요.
겁많은 아이들인지라 동물을 직접 보면 기겁하기도 하지만, 이런 동글동글 예쁜 색감의 그림 동물들은 한없이 친근하게 느껴지나봐요.
쇼파에 앉아 아이를 내려다보는 사자의 표정만 봐도 아이를 너무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네요...
세상 모든 것을 그려 봐.
동물친구들도 모두 내편이고, 내가 뛰어가는 대로 놀러가자는 대로 따라가는 내 친구들이라고...
그림이 너무 이뻐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림그리기 상상하고 모험떠나기에 열중하다보니 어느새 창밖은 노을이 다 졌네요.
그런데 동생이 오니 확!!! 깨버렸는지 ㅋㅋㅋ 소녀의 표정이 ㅋㅋㅋㅋㅋ 왠지 "너 나 방해하려 왔냐?" 싶고 그리 달갑지 않아보이네요.
기어다니는 동생이라면 완전 귀찮은 존재죠. 누워있을 때는 그닥 위협적이지 않다가 기어다니며 훼방놓기 시작하니 큰 아이가 완전 짜증짜증이
말도 못했던 시기가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
지금은 둘이 함꼐 사이좋고 정다운 남매가 되었지만요 ^^
이 책도 둘이 제 양쪽에 나란히 엎드려 함께 보았네요. 함께 읽고 활동하게끔 하고 사진찍는 걸
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걸 이번에 하지 못했어요.
책과 함꼐 들어있던 활동지(그림 색칠하기)도 아직 무리라... 본능적으로 저의 색칠하기 용으로 탈바꿈하고 ㅋㅋㅋ 하다가 멈췄어요.
나중에 크면 아이들과 함꼐 해보려구요.
너무 이쁘고 그림 속에 눈여겨볼 거리들이 많아서 꼭 한번씩 아이들과 함께 볼 거랍니다^^
시공주니어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