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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놀이터˘◡˘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 박상영
  • 16,920원 (10%940)
  • 2026-07-22
  • : 49,860

저자의 인터뷰 속 어떤것으로도 대체 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긴 서사라 일러주더니 진짜 대체할만한 거리가 없었다. 너무도 특별해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긴 호흡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여기 모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망한 사랑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누구 하나 부러움이 없도록 다들 완벽하게 망했고, 완벽하게 서로를 무너뜨린 사랑의 실패작 집단이다.

사치코의 사망. 하나의 유일한 혈육인 엄마는 의문사 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가 숨겨두었던 젊었던 여인의 이야기.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와 일본에서 숨죽이고 살수 밖에 없던 이유. 사치코의 딸 하나는 엄마의 가엾은 죽음과 자신이 알지 못했던 그녀의 세상을 되찾아 주고 싶어 한국으로 넘어온다. 유언이라 해봤자 엄마의 한 마디 였던 윤동주 찾기. 그자를 찾다보니 얼굴도 모르던 하나의 부친에 대한 존재까지 찾게된다. 한국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말렸던 이유, 엄마가 그토록 숨죽여 살던 이유, 아빠의 존재, 할아버지의 성씨를 따라갈 수 밖에 없던 하나의 출생의 이유. 송행자로 살 수도 마츠노 사치코로도 떳떳할 수 없던 그간의 삶을 유언 속 이름 윤동주와 엮여있었다. 사진으로 뒤늦게 알게된 미스 세일이자 세일가의 대접받지 못하는 가족이 되는 과정을 하나와 준호의 취재를 통해 그 대단한 집안싸움을 들여다본다.


출판사 홍보물엔 이 사랑이 곡진하다고 알렸다. 지극했다. 그녀의 생이 안타까웠고, 그걸 이용당하는 모습이 아쉬웠으나 결국 그녀자 자처한 일이었고, 수긍하던 방향들이었다. 불구덩이로 들어가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그 대단한 세일가의 싸움터였지만 같이 들어갔고, 뭐라도 손에 쥐고 빠져나올 구실을 마련해주는 것 또한 윤동주가 함께했다. 사람의 마음을 이용을 하는 윤동주는 죄책감이라는 프레임을 떠안으며 더욱 사치코를 곁에 두었다. 사치코 또한 원하지 않는 장소에 가더라도, 원하지 않는 연을 맺는다 하더라도 감내했다. 그덕에 가난을 덮을 수 있었다. 어쩌면 도망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는지도 모르겠다. 호색에 미쳐있는 인간에게 가는 것도 눈 감을 수 있는 건 다시 자신을 끄집어 내어 줄 수 있을거라는 단단한 믿음으로 보였다. 이건 박상영표 또 다른 사랑이고 믿음의 이유였다. 가난에서 끄집어 내었고,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 믿고싶은 이유였을것이라 보였다. 자이니치 여성이라는 한계점과 가정사는 절실해야만 하는 삶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윤동주는 마츠노 하나가 자신과 닮아있음에 더욱 애틋해 했다. 대접받지 못하는 삶. 고생을 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고마워 하지 않는 주변인물들. 마음써주는 사람이 없다는 서러움. 수완이 좋은 사람에겐 노력이 가상한지 수족처럼 따르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게 사치코였고, 석형이었겠지.

소설이든 일일드라마든 외로운 재벌가의 세력싸움은 어디든 존재했다. 사업 확장에만 눈이 뒤집힌 부친. 망나니짓하며 일 벌리기만 좋아하는 머리 텅빈 놈과 명석하더라도 어딘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배다른 형제 조합. 역사책 속 왕이 부활이라도 한듯 본처 후처 두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는 부친에게서 딸자식을 향한 애정은 기대해선 안되며, 잘난 놈으로 살아도 그의 성에 찰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러니 더욱 눈에 힘을 줘가며 청사진을 그리고 비어진 퍼즐을 끼워 맞추는 데에만 열을 올리게되는 사람. 아무리 짓밟아봐라, 더 두꺼운 줄기를 뻗어서 나뭇가지보다 더 단단하고 빡빡하게 뻗어 가리라는 욕망이 윤동주를 키웠고, 사치코는 그 조력자로서 윤동주가 하지 못하는 한끗을 더했다.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 그건 한국 현대사에서 심심찮게 나오던 재벌가가 숨기고 싶어하던 집구석 대하소설이 이 소설과 맞물려보였다.

엄마의 죽음을 알고 싶었는데 한 기업의 역사를 헤짚는 꼴이 되었고, 한 사람의 욕망과 검은 돈의 흐름까지 알게된다. 숨어 있는게 익숙한 인물에서 알려지지 않은 대기업의 사생아로서의 재산 승계로의 전개. 파면 팔수록 더 더러운 돈이었고, 긁어 내면 낼 수록 부스럼이 한도 끝도 없이 나오고 있었다. 자랑스러울 것 하나 없는 돈의 출처였으니 여러모로 하나가 모르도록 하고싶었던 그나마 제일 멀쩡해 보이는 모정일지도 모르겠다.

의문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대한 배후 찾기에서 시작되었다가 하나가 모르던 엄마의 시절을 찾았고, 제일 더럽고 역겨운 대기업의 집안싸움과 돈이면 다 되는 그 시절의 기업간 정치싸움 르포 버전으로 이야기는 엮여나간다. 결국엔 선한 것이 이긴다는 듯, 모든이들은 죽음으로 악행이 끝난다.

동주가 바라던 목표, 하나가 얻게된 것들, 인생을 걸어봐도 좋을 권력. 그게 환상임을 알게되는 허한 마음. 멀리서 볼 때엔 반짝이고 화려하던 그 왕관이 자신의 머리 위로 옮겨 졌을 때엔 지푸라기로 밖에 보이지 않던 버석한 빛깔에 대한 회한까지. 가지지 못할 때엔 화려해보이고, 정작 손에 쥐었을 때엔 허무하기 그지없는 그것. 삶의 전부를 받쳐가며 손에 쥐려했던 이의 끝. 결국 이게 가장 최선의 방향이라고 봐야겠다 싶지만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들에겐 상을 내리는 전래동화의 국룰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게 김이 빠지는 느낌이지만 이 엔딩이라 다행이니 이런 딴지도 걸 수 있으리라 본다. 하나한테는 아무런 죄가 없잖아, 그러니 얘 만은 건드리지 말아야지 싶은 주인공 지키기로 가쁜 숨 몰아쉬 듯 헉헉대며 달려가는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내어둔 저자의 이력에 비해 제대로 읽은건 이게 처음인 독자. 그렇게 유명하고 방송까지 하던 '대도시의 사랑법'마저도 안 본 쌩눈의 독자가 처음 마주한게 이 작품,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였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에게는 구원이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것. 그 둘이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가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아왔다. 윤동주는 철저히 계획적인 사람이지만 철저히 감성적인 사람이기도 헀다. 기회를 주지만 그 기회가 옳지 못하는 방향이니 미안해하기도하고, 어떻게든 자신을 위해 사는 인생에 대한 보상을 하려 약속하는 사람. 목표가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든 손에 쥐려는 사람. 제일 싫어하던 부친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 전형적인 그시대 기업가의 마인드. 그럼에도 일말의 사람다움은 자기 사람에게만 보이는 철저하게 편가르기에 능한 사람.

많은 갈래의 사랑이 있지만 갈등이 많고 고난이 많아야 더욱 맛이 사는 법. 그리고 남녀의 조합으로 단정짓지 않는 박상영 만의 문장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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