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방놀이터˘◡˘
  • 계화의 여름
  • 배명은
  • 11,700원 (10%650)
  • 2025-01-08
  • : 5,545

책 소개를 보니 이건 무조건 배추 도사, 무 도사 두 양반이 이야길 해주거나 은비 까비 귀염둥이가 알려줄 옛날옛적 전래동화의 기운이 낭낭했다. 용이 되지 못한 천 년 이무기 '여름'과 소녀 '계화'의 풋풋하고 애절한 첫사랑을 1970년대의 한여름 정경 속에 녹여두었다. 초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이야기 일거라는 생각에 골라봤다. 예나 지금이나 더 사랑하는 쪽이 바보가 되고, 자신보다 상대의 안녕을 바라게되며 사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기억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미련한 사랑의 바보의 시간을 기록 해 두었다.

비늘증이라는 병을 앓고있는 계화. 서울로 일하러 간 부모 대신 조모의 손에서 자라고 있는 아픈 아이. 나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면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하고 미움이 집중되는 마음의 병이 추가 된다. 계화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담임이지만 그와는 다른 반장 남영(담임의 아들이지만 성품까지 닮진 못했다)은 아이들과 함께 계화의 아픈 부분을 놀림의 대상으로 만들어 괴롭힌다. 서러움이 극에 달한 계화는 죽어버리자 결심한 그 때, 이무기가 용이 될 수 있는 그 타이밍에 둘은 마주한다. 이무기가 승천하여 용이 될 순간 인간의 눈에 띄어선 안되지만 그 순간을 계화가 본게 우연이고 인연의 시작이 되어버렸다. 이 얄궂은 타이밍 덕에 이무기는 다시 용이 아닌 구렁이가 되어버린다. 해코지하기 딱 좋은 이유를 찾았구나! 땅에 떨어진 하찮은 구렁이는 복수를 하려했으나 시름시름 앓게되고 그 앞을 맴도는 계화와의 재회. 용이 되지 못한 설움에 미운털이 박힐만도 한데, 그 순간을 싸악 잊게 만들도록 예쁜 짓만 골라 하게된다. 자신에게 산딸기며 이것저것 챙겨주며 기력을 찾도록 마음을 쓰고, 여름 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준다. 미움이 고운정으로 변하는 순간. 일단 일방적인 마음의 동요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 계화가 비늘증을 이겨내게 된 것도, 밉상 남영이 자라면서 병이 나아 아름다워진 계화를 흠모하는 것도, 여름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계화에게 난처한 일이 생길 때 마다 나타는 것도, 그리고 또 어느날 훌쩍 떠나버린 것까지. 2024년 노년의 계화가 병원으로 가서 더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그 집터에 남겨진 구렁이와 보석반지의 엔딩. 마지막 문장을 읽고, 다시 맨 앞으로 가서 다시 이야기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연모하는 마음의 끝은 있을 수 없다는 것. 그 마음이 깊어지고 짙어질 순 있으나 무 자르듯 뚝 잘라 끝을 낼 수 없는 건 변함이 없음에 이들의 시절이 시리게 느껴진다.


📖저게 칼을 문 입으로 잔인하게 난도질을 당할 정도인가? 태생이 뱀인지라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조롱도 서슴치 않는가 보다.

외형적인 다름이 어린 아이들에겐 친구로 허용이 되지 않나보다.

철없는 남영보다 더한 남영 모친의 말들에 어른이 된다고 모든걸 포용하고 품어줄 인품을 가진 사람이 될 순 없음도 느꼈다. 자신은 잘 씻으면 낫는다 했고, 계화에겐 더러워서 그런거라고, 성격이 못돼먹어서 부모까지도 도망을 간거라는 말을 어떻게 자신의 아이를 앞에 두고 할 수 있을까. 정말 뚫린 입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것도 울화가 치미는데 더한건 애 엄마라는 사람이 어리고 아픈 계화를 보고 그렇게 살다 뱀이 될거라는 악담을 붓는다. 저런 사람도 어른이라고, 대접받는게 얄밉게만 느껴진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전래동화의 기운을 담은 이 이야기는 후반부의 어른 남영과 그의 모친에게 그대로 되갚음을 당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역시나 권선징악의 맛은 밤고구마의 팍팍함을 싸악 내려주는 시원한 사이다같은 무언가가 있다. 이무기가 봐도 이 모습이 옳지 않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는데, 짐승보다 나아야 될 사람들은 가끔 이러한 행실을 보일 때 남은 책장를 손가락으로 긁어보며 양을 가늠해 본다. 후반부 어딘가에서 꼭 한 번은 벌을 받거나 이 때를 뉘우칠만한 사건이 하나 더 생기길 바라며 그정도의 책장이 있다는 것에 안심하곤 한다.


📖너는 나를 기억할까?

모든 짝사랑의 당사자가 연모하는 대상에게 직접 하지 못하고, 허공에다 질러보는 물음이다. 나는 너를 이토록 애닳아하는데 너는 나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런지에 대한 문장. 매 순간에 너가 존재했고, 매 시절마다 너로 가득 차 있는 내 세상이 헛웃음 나도록 촘촘한데... 로 마침표도 아쉬워 찍지 못하는 마음이 서려있다. 여름에겐 계화는 자신이 승천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린 미운 사람이 아니라, 죽어가는 구렁이를 안쓰러이 여기고 자신의 설움도 뒷전인 채 마음쓰여 서성이던 선한 존재였다. 다정한 눈길과 이름을 지어주던 고운 입술이 사계절 내내 여름으로 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상대에게 반한다는 건 드라마틱하고 대단찮은 우연과 아귀가 딱딱 드러맞는 타이밍이 아니다. 선한 마음 한 줌과 보드라운 시선 한번이 순간을 살게했고, 영원을 바라게되는 귀한 마음이었다.

​📖작가의 말_ 비록 최고는 아니더라도 그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다고 말이죠.

'사랑이었다'로 완성형 문장을 끝낼 수 있다면, 그게 망한 사랑이든 미처 닿지 못한 사랑이든 일단 더 많이 사랑한 자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서럽거나 아쉽지는 않을 듯 하다. 헌데 이러한 절절한 마음은 완성형이 되지도 못하고, 꽉 닫힌 결말로 마무리 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남들 입에는 '망한 사랑'이라 불리우게 될 지라도 적어도 자신에겐 '... 사랑이었다'로 결국엔 사랑이 아니고 뭐겠냐는 말로 모든 부정적인 단어를 막아세우는 느낌을 받는다.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서러운 마음이 들진 않는지, 집으로 오는 길이 무섭진 않은지, 항시 차 조심과 사 람 조심을 입에 달고 살게 되며, 혹여 므슨 일이 일어나거든 앞뒤 상황 재지 말고 자신에게 바로 알리길 바라는 마음. 그 바보같은 마음을 뒤집어보면 항상 사랑이더라. 여름에겐 그 기다림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도하는 마음이 결국 사랑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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