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방 새 나라를 세울 것 같던 건국준비위원회의 기세는 미처한 달이 가지 못하고 꺾이기 시작했다. 남한땅을 해방시킨 미국이 자리를 잡고 군정을 실시하게 되자 건국준비위원회고 치안대고 힘을 잃게되었다고 했다. 세상 판세의 돌변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치안대를 해산시킨 미군정은 치안대 대신 전처럼 경찰대를 만들기로 했는데, 거기에 일정 때의 경험자들을 그대로 써준다는 것이었다. 옛날의 죄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경찰 노릇을 하게 해준다는 그 말을 몇번이고 들어도 그녀로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P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