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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멍때리는 서재
  • 학교로 간 스파이
  • 이은소
  • 15,120원 (10%840)
  • 2020-08-31
  • : 666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내 정체를 숨기고 이기적 개인주의자들의 민주적 선생이 된다." 83 (스포일러O)

 

<은밀하게 위대하게>, <사랑의 불시착>등, 북한 출신 인물과 남한 출신 인물의 캐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작품은 정반대의 입장을 지닌 인물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여성 스파이이기에 더욱 새롭다. 임무에 실패해 남한으로 표류한 간첩 ‘청천’은 남한의 중학생 한 명을 회유하여 북한으로 데려가는 임무를 받고 ‘임해주 선생’이 되어 중학교에 잠입한다.

 

이 소설은 간첩의 시선으로 묘사되는 남한의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검소와 절제, 억압과 세뇌가 자연스러운 북한 사람 임해주가 바라본 남한 사회는 퇴폐 자본주의에 찌들어 이기적인 인간들의 거짓부렁이 판을 치고, 예의 없고 낭비를 일삼는 아이들을 싸고돌며 방치하는 적폐 고인물 집단이 교육기관으로 존재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남한 사람’이 되어 적응해야 하는 임해주가 바라본 남한은 북한에서 배운 모습만 있지는 않았다. 남한에는 자유와 풍족한 자원이 있지만, 고통 받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했다. 새로운 세계를 접해 시야가 넓어지며, 단순히 임무만을 생각하던 주인공의 양철 로봇 같은 모습은 점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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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했다. 남한 학교에 핀 꽃들이 나를 울리고 웃길 줄은……․" - 240

 

‘남한 아새끼’ 한 명을 북한으로 데려가기만 하면 되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임무이지만, 이야기는 좀처럼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회유는 개뿔, 학교에서 터지는 사건사고를 해결하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민원을 처리하고 나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남한 교사짓’은 만만하지 않다. 임무와 교사업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 위해 주인공은 ‘고은지’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는 주인공과 보름중학교 2학년 7반. 북한 아이들처럼 교사에게 순종적이지 않아도 교사와 친해지고 싶어 몰래 쪽지를 주거나, 공차기를 권유하고, 스승의 날 깜짝 이벤트를 하는 학생들의 진심은 주인공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인다.

 

타겟 ‘고은지’와 가까워지며 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게 된 주인공의 모습은 작품 초반의 냉철하고 무감각한 모습과 대비된다. 주인공은 간첩이었지만, 동시에 중학교 담임이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예상을 빗나가는 변화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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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네 석방을 바라고 있지? (…) 임해주의 검은 눈이 대답한다. 빨갱이도 사람이라서.“- 178

 

주인공은 혼란스러워한다. 탈북을 꾀하다 실패한 아버지가 그렇게도 사랑하던 백석과 윤동주가 외친 우리 땅, 우리 조국이란 대체 무엇일까.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 정이 든 남한의 학생들. 그리고 자신을 ‘북한 빨갱이’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바라보는 ‘강석주’는 언제나 ‘준비’되어있는 임해주가 그은 선을 대담하게 넘어 사람을 색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야를 임해주와 독자에게 동시에 선사한다.

 

임해주를 체포해야하는 국정원 요원인 ‘강석주’는 ‘빨갱이’의 이미지와 두 눈으로 접한 ‘사람 임해주’와의 괴리에 당황한다. 그가 바라본 ‘임해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성실하고 공정하고 불의에 맞서는 임해주를 곁에서 지켜본 강석주는 임해주에게 호감을 느낀다. 강석주는 끝까지 임해주가 남한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한에 있어야 행복이고, 북한에 가면 불행이라는 시선 또한 어딘가 편협한 시각이 아닐까. 아직도 남한에는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은 겪어보아야 알게 되지만, 겪지 않았기에 존재하는 차별은 뿌리 깊기에, 당사자가 아닌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임해주는 북을 택한다. 강석주는 아쉬워하면서도 그의 선택을 지지한다.

 

"다시 만나면 우리 같은 편입니다." 271

 

둘의 처음이자 마지막 포옹. 강석주의 이 말을 임해주는 부정하지 않는다.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선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페이지가 잘 넘어가고 분량도 너무 길지 않아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통일과 탈북민, 북한과 남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소설이다. 영화화가 확정되었는데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다시 만나면 우리 같은 편입니다.- P271
나는 왜 네 석방을 바라고 있지? (…) 임해주의 검은 눈이 대답한다. 빨갱이도 사람이라서.- P178
예상하지 못했다. 남한 학교에 핀 꽃들이 나를 울리고 웃길 줄은……․- P240
나는 내 정체를 숨기고 이기적 개인주의자들의 민주적 선생이 된다.-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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