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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멍때리는 서재
  • 질의 응답
  •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 13,320원 (10%740)
  • 2019-03-10
  • : 2,634

"생리 중이라고 해서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아니고, 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의 생식기에 대해 잘 모른다. 잘 모르니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초경에 겁을 먹기도 하고, 잘못된 상식으로 몸에 해로운 선택을 할 때도 있다. 사람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화와 종교와 정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가부장제 문화가 뿌리 깊게 스며든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논의는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시각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여성기에 대한 지식은 겉으로는 볼 수도 없는 자궁의 생식기능이 대부분이며, 실생활에 유용한 피임법이나 성병의 증상은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지식을 얻지 못하는데, 가정에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분명히 태어날 때부터 함께해온 기관인데,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의 성기가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 채로 2차 성징을 맞이한다. 팬티만 내리면 보이는 남성기와는 다르게 가랑이 사이 깊숙이 있는 여성기는 거울로 봐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포르노나 성기 성형 광고를 보고 자신의 성기 모양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에 충격을 받는 여성도 있는 듯하다. 자신의 몸과 친하지 않고, 잘 모르니 확신이 없어 흔들린다. 하지만 이런 저런 고민들을 의사와 상담하기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엉뚱한 질문인 것 같아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의사의 성별이 다르면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결국 대부분의 궁금증은 인터넷의 익명 게시판과 커뮤니티로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보다 비전문가가 더 많은 인터넷이야말로 수많은 낭설과 미신들이 떠도는 곳이다. 인터넷에 질문을 올리는 모든 여성들이 그것을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조금이라도 불안을 잠재울 공간이 인터넷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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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 잘 되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 중 대부분은 나이가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 우선, 전체 불임 사례의 3분의 1은 남자가 문제다. 남자의 나이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모든 여성들이 바이블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여성의 성기인 질, 그리고 여성의 신체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의미를 합친 유쾌한 제목과 마치 생리대를 연상시키는 표지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의사와 의대생이 함께 쓴 이 책은 가볍고 유쾌하게 여성의 신체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생식기, 젠더, 생리, 분비물, 섹스, 성욕, 오르가슴, 피임, 임신 중단, 성병, 불임, 난임, 유산, 성기 훼손 등, 여성의 성기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요소를 다루는 이 책은 떠도는 낭설을 유쾌하게 깨부수고 질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를 응원한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서 오는 자신감, 불특정 다수가 끼얹는 죄책감과 속박을 걸러들을 수 있는 지성을 준다. 이 책은 고민에 드는 수많은 시간을 책 한권으로 줄여준다. 이 책은 충분히 우리의 일상을 바꿔준다.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호르몬 피임제’에 대한 기술이었다. 같은 ‘호르몬 피임제’라고 해도 종류가 다양했으며, 우리는 몸 상태와 성향에 맞춰 피임방법을 고를 수 있었다. 주석에는 저자들이 설명하는 호르몬 피임제 종류에 따른, 우리나라에서 팔고 있는 피임제 이름이 친절하게 기술되어있었다. 호르몬제 부작용은 존재하긴 하지만 그 확률은 극히 낮으며, 오히려 암 발생률을 낮춰주는 긍정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사용 중에 혹여 몸이 안 좋아지면 의사와 상담해서 피임제 종류나 피임법을 바꾸면 되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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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클라미디아균, 미코플라스마균, 임균은 콘돔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HPV와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피부 접촉으로 전달되므로, 콘돔에 가려지지 않은 부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도, 청소년도, 특히 남성들도 이 책은 꼭 한번 읽어야 한다. 정확한 지식이 부족할수록 자신의 지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조차 모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의 파트너가 남성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남성의 성병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며, 남성들이 잘 모르거나 흔하게 하는 오해들을 정확한 지식으로 깨부순다.

 

* 성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콘돔밖에 없다는 것,

* 성 매개 감염병은 걸린 지 오래되어도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둘 다 감염되어도 모를 수 있다는 것.

* 15~19세와 20~24세 집단의 수치를 보면 검사를 실제 받는 사람들 중에서는 남성이 클라미디아증 양성판정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

* (모두 알다시피) 사정 직전에 성기를 빼려고 해도 직전이 아니라 직후에 성기를 빼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 여성은 남성과 성욕의 메커니즘이 달라서 여성의 성기가 붓고 젖었다고 해도 여성이 성욕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 여성의 성기를 통해 성 경험 여부를 알아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

 

여성의 신체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무관심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야한 만화만 봐도 남성의 음경이 여성의 자궁 안으로 들어가는 연출은 자주 사용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도 음경이 여성의 자궁 속에 들어가 있었던 것처럼 암시된 대목이 존재한다. 이런 환상이 환상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포르노가 만연하는 사회에서는 여성 본인의 상식까지 왜곡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다. 이 책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들을 유쾌하고 산뜻한 팩트폭행으로 깨부순다. 독서 중에 폭소할 정도로 웃겼던 본문 일부를 인용하며 이 리뷰를 마치겠다.

 

"대부분의 여성은 자궁이 배꼽을 향해 앞으로 기울어져 있고, 질과는 약 90도 각도를 이룬다. 음경이 자궁으로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발기한 음경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억지로 굽혔다가는 꺾일 것이다. 음경은 곡예사가 아니다!“

 

《질의응답》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김명남 옮김, 윤정원 감수, 열린책들

대부분의 여성은 자궁이 배꼽을 향해 앞으로 기울어져 있고, 질과는 약 90도 각도를 이룬다. 음경이 자궁으로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발기한 음경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억지로 굽혔다가는 꺾일 것이다. 음경은 곡예사가 아니다!

HIV, 클라미디아균, 미코플라스마균, 임균은 콘돔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HPV와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피부 접촉으로 전달되므로, 콘돔에 가려지지 않은 부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임신이 잘 되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 중 대부분은 나이가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 우선, 전체 불임 사례의 3분의 1은 남자가 문제다. 남자의 나이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리 중이라고 해서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아니고, 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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