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아이가 읽을 책을 같이 읽어 보곤 하는데
<루호> 역시 그렇게 접하게 된 소설이다
대형출판사의 수상작이니만큼
재미와 감동이 보장되는 건 물론이니
그 부분에서는 각설할 게 없고
결국 학부모입장서 왜 이 책을 골라야하는가를
‘어른’의 시선으로 중점적으로 읽게 될 수밖에 없더라
일단, 우리집 초5의 3음절 평에 따르면
‘개존잼’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아이는 아니지만
해리포터나 와니니 같은 판타지성 동화를 즐겨 읽는 아이인지라
<루호> 역시 재미나게 읽었더란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호랑이, 루호.
같은 호랑이인 구봉삼촌이나
전직 산신인 모악할미
그리고 친구인 까치 희설, 토끼 달수 등
전래동화 속 주요등장동물들이 인간으로 변해
인간사회에 동화되어 잔잔히 살고 있는 현대의 세계관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호랑이사냥꾼의
위협을 받는 주인공의 성장기는
사실 흔한 클리쎄이긴하다.
하지만 지극히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엄청난 모험의 시작일 것이고
흥미로움 그 자체일 터.
게다가 보기드문 한국 전통형 판타지가 아니던가.
작중배경도 한반도, 우리나라라이기에
루호를 읽고나면 내 주변에 노란눈의 호랑이가 없나...
둘러보며 더욱 세밀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지 않을까
나조차 호랑이 눈썹이 있었으면...했으니까.
다만 어른인 나는 호랑이를 알아볼 수 있다면
호랑이 사냥꾼 강태마냥
호랑이 가죽을 팔아 부자가될 생각이고
아이들은 지아처럼 호랑이와 친구가 되고 싶겠지
우리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댔어. 그 선택이 자기 자신을 만든다고.너는 무얼하고 싶은 건데?
(p.94)
사춘기를 목전에 둔 초고학년 아이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더 큰 사회로 나가기 위해 부단히 적응하고 힘들어할 시기이다
비단 호랑이인 루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출생에 의문을 가진 구봉삼촌에게 읍소하는 루호의 모습에서
구봉의 시선처럼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의 성장통을 발견하고
나 역시 더 큰 어른이 되는 거다
어린이가 있기에 어른이 존재하는 것처럼.
내가 아직 부족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너무 속상해하지마(p.155)
호랑이삼촌 구봉도, 지아의 아버지이자 사냥꾼인 강태도
어른이지만 스스로의 미숙함을 알기에
어린이들이 그런 전차를 밟지 않도록 해야지 않을까
앞으로도 이 희한한 동물들과 호랑이 눈썹을 가진 지아,승재는
가족으로 살아갈 것이고 서로의 미숙함을 보듬으며
인간다운 인간, 어른다운 어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마도 (당연히 출간이 될 듯한) 2권에서
이런 끈끈한 정이 더 역동적인 모험으로 나오지 않을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