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여러 단편 소설들이 함께 실려있는 소설집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소설들은 모두 SF소설들이다. 이러한 SF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과학 기술 발전의 장단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수 있다.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사회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 일까. 이 책에 있는 소설들은 과학 기술의 발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과학 기술이 발전했고, 그 발전에 기여를 한 사람조차 순간을 놓치면 가족들을 영영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관내분실>에서는 사후에도 가족을 만날 수 있고, 그로 인해 생전의 앙금을 사후에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중 <관내분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관내분실>은 과학기술이 발전해 죽은 사람의 마인드, 즉 영혼을 데이터로 바꾸어 업로드 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송지민'은 최근 아이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다른 산모들이 느끼는 기쁨이나 감격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왜 자신은 기쁘지 않은지, 그리고 임신을 통해서 얻게된 다른 의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서 지민은 3년 전에 죽은 자신의 엄마인 '김은하'의 마인드를 찾아간다. 그러나 '김은하'의 마인드는 마인드 보관소 내에서 분실된 상태였다. 이를 본 직원은 고인이 생전 가까이하던 유품으로 마인드를 찾을수 있을것이라고 알려준다. 김은하는 지민을 낳고 산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치료를 받았지만 그리 효과가 좋지는 않았다. 엄마의 집착으로 인해 김은하와 송지민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민은 엄마의 마인드를 찾기 위해 엄마가 가까이 하던 물건을 찾아나선다. 엄마의 유품을 찾기 위해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빠를 찾아가게 된다. 이때 지민은 엄마의 유품을 얻게되고, 엄마는 지민의 엄마이기 이전에 '김은하'라는 사람의 삶을 살고 있었고, 자신만의 일이 있었고, 그 일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김은하의 마인드를 찾은 지민이 은하의 마인드를 만나 "이제 엄마를 이해해요"라는 말을 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관내분실>은 과학기술 발전의 좋은 면을 보여준다. 김은하가 살아있을때, 지민은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죽은후, 은하의 마인드를 업로드 하고, 뒤늦게 은하에 대해 알아가면서 '김은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업로드된 은하의 마인드에게 이제는 이해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은하의 마인드가 진짜 은하일까? 진짜 은하는 이미 죽었고, 업로드된 은하는 그저 은하의 기억일 뿐인데. 어떤 사람들은 마인드를 그 사람 자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마인드는 그사람의 기억을 토대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아닐까? SF 소설은 이런점에서 재밌는 것 같다. 하나의 소설을 읽고 소설에 나온 과학 기술이나 윤리적 문제, 또는 이야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고, 사람마다 그것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SF소설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