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길을 걷는데 우리 집 아이가 핸드폰을 보면서 길을 걷는 걸 보았다. 분명 길에서는 핸드폰을 보지 말라고 어렸을 때부터 교육했음에도 어느새 아이가 핸드폰을 손에서 눈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만 문제일까? 돌아보면 나 역시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핸드폰 중독에 관해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때 만난 책이 [손안에 갇힌 사람들]이다.

책표지에 적힌 문구는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이 문구 하나로 책의 정체성이 보였다. 미국 최고의 중독 전문가인 니컬러스 카다라스 박사는 이 책에서 첨단 기술의 시대, SNS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밀도 있고 실제적인 사례들로 우리에게 그의 걱정을 알려주고 있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그의 원류인 고대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초반부가 어렵다. 서양문화에 관심이 많고 현재 이슈에도 통달해 있다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겠으나 어쩌다 뉴스로 접한 서양 문화권의 이슈가 기본적인 내용들이기에 나는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빠르게 책 내용을 습득하기 어려웠다. 특히 상당히 비유적인 내용들로 기술의 정점에 서있는 기업가들을 비판을 하기 때문에 아차 하면 흐름을 놓치기 딱 좋다.
그러나 초반부만 잘 넘긴다면 책은 상당히 시사성이 있다. 저자의 주장대로 우리는 디지털 광기에 사로잡힌 모양이다. 좀 더 정확히는 총기 사용이 자유로운 미국은 심각해 보인다. 뚜렛 증후군이 틱톡에서 실제화되어 확산되고 전문가들 마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가짜 경계선 성격장애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화면에 사로잡힌 시간은 늘어났고 그만큼 우울증이나 중독 등과 관련된 병명을 진단받은 사람들도 증가했다.
저자는 쥐공원이나 보호구역 내 원주민 사례에서 신체적, 정신적, 문화적으로 고립된 존재는 고독과 약물중독에 취약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모습이 SNS로 연결을 강조할수록 더욱 고립되고 개인화되어 외로움과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해 우울증이 생기는 모양새와 비슷한 셈이다.

결국 디지털 헤로인에 중독되어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데에 무섭고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혹시 나의 아이에게도 이런 악영향이 미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갓난아기 때부터 친구인 집안의 사람들을 총을 쏜 소년의 이야기를 보며 미국의 상황이 비해 우리나라는 그래도 미국보다는 나아서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중독이 확산된 지금, 가상세계가 찬양받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일까?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 중독은 나쁘지만 기술의 발전이 중독을 가지고 온다고 보는 것은 너무 극단적으로 치달은 저자만의 주장이 아닐까? 사례들이 너무 무섭다 보니 반발심리가 생겼다. 지식도 경험도 없는 나로서는 반박할 근거나 논리가 부족하니 불만을 가지고 저자의 해결책을 만나야 했다.
저자는 자가회복을 위해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한 고대철학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고대철학자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자연을 관찰하고 자신을 반추하며 사람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그런 삶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저자가 주장하는 삶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려진 해독주스 같다. 20,30년 전에도 워커홀릭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이런 류의 무위자연과 같은 삶의 태도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영화들도 제법 있었으니 말이다. 저자의 답이 당연하면서도 허무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고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니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외로움을 많이 타고 중독에 취약한 그래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모방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자연과 더불어 순응하는 삶이 주는 편안함과 명징함이 불교나 도교에서 말하는 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확산과 같은 실재하지 않는 세계가 거대 기업의 통제하에 공유되고 있다는 것은 진실이고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한 마디를 살아가고 있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핸드폰 중독, SNS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자 한다면 읽어보길 권하단다. 국외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여러 사건들을 이해하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데에는 정말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