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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옛날 이야기나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좋아하고 SF 장르도 좋아하는 터라 [괴담으로 과학하기]를 처음 보았을 때 저절로 책을 손에 잡을 수밖에 없었다. "괴담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이겠구나." 하는 감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저자인 박재용 작가는 일상과 과학을 연결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이자 과학과 관련된 30여권의 다양한 책을 쓴 전문작가이다. 영화 엑스맨을 주제로도 책을 썼고 기후 및 사회 현상에 관해서도 여러 책을 냈다.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책은 총 11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7개의 테마는 신비한 존재에 관한 내용이고 나머지는 동물과 과학이론에 관한 내용이다. 각 테마별로 관련 내용의 괴담이 문을 열고 그다음, 주제로 하는 테마에 대해 기본적인 과학적 분석을 한후 인문 철학적인 관점으로 내용을 확장시켜 나간다. 마무리로 '더 알아보자!' 코너에서 조금더 광범위 하게 역사와 현황적인 문제들과 엮어 저자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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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단숨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흥미롭고 예상대로 재미있다. 저자의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저자의 관심분야가 다양하게 융합되고 있어 새로운 관점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앞쪽에 배치된 괴담이 흥미를 유발하고 과학지식의 무거움을 가볍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의 이야기 전개 과정 대로 어떠한 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시대적 배경은 어떠한가?'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기본 툴을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좀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학적 이론이 근거하는 이야기는 당연하지만 노예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점은 상당히 신선했다. 대항해의 시대, 제국주의와 식민지가 판을 칠 때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노예의 삶은 가혹했다. 오히려 죽음을 선택하는 게 나은 삶일 정도였는데 농장주들 입장에서 노예의 죽음은 재산의 손실이었기에 죽으면 좀비가 된다는 식으로 겁을 주며 노예들을 관리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던 부두교의 좀비가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되어 있었다.
다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 지식의 양에 따라 약간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유령]에서는 유령의 본질을 구분해 내고 시각세포에서 시작해서 중력과 질량, 전자기장으로 논리정연하게 우주로까지 과학적 지식이 확장된다. 우주의 "암흑물질'을 유령에 빗대어 쉽게 설명해서 놀라웠지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양자물리학으로 설명한 [평행우주]의 과학 이론은 조금 어려웠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비슷할 것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과학과 철학은 하나의 갈래에서 출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기본적 주제에 대해 세세하게 분류하고 정의 내리면서 논리적으로 내용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둘은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다. 차이라면 실제 하는 대상이냐 실제 하지 않는 대상이냐라는 관심 대상이 다를 뿐 관심 대상을 탐구하는 과정은 비슷하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 보면 저자는 괴담 자체는 허구라고 단언하듯 말한다. 괴담과 문화에 관심이 많아도 역시 과학자는 실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과학이 발전한다면 지금 이해하기 어려운 괴이한 일들도 다 설명이 될 터이니 괴담보다는 그 자체보다는 괴담 속 역사적 배경,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 관심있는 주제별로 읽어도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과학적 교양을 쌓고 싶은 독자에게 지식을 플러스 해줄수 있는 좋은 책이다. 괴담을 좋아하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