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 도시, 참한 사람
푸른오늘 2013/10/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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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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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25
- : 646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아주아주 매우매우!!! 싫다! 싫다고!!!!
뭔가 굳이 정복하려 하는 것이 싫다. 에베레스트라도 정복할 것 같은 그놈의 화려찬란 으리짱짱한 등산복도 싫고. 요즘엔 등산복 등산화 지팽이 없어서 등산 못할 수준까지 이르른 듯 하여이다. 바쁘게 마구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왜 저러는 것일까요?'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대체 왜 저러는 것일까요? 어지간히 멋진 남자도 나를 등산으로 이끌지는 못한다. 예를 들면... 그래 들지 말자. 혹시 모르니까!ㅋㅋㅋㅋ 하여튼 나는 등산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등산을 결심하였다. 바로 이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라는 책을 읽다가 말이다. 가슴으로 읽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몇 번을 눈물 지었는지 모르겠다. 서울의 아름다움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동네의 아름다움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정신을 구현한 아름다운 도시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왜 등산인가? 서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그 흐름에 맞춰 설계한 도시라고 한다. 인간의 손을 빌어 신이 설계한 도시. 그것이 서울의 본모습이라고 한다. 책은 자연스레 내 발에 이 서울을 담아볼 마음을 심어주었다.
...
성곽을 걸어봐야지. 서울을 안온하게 해주는 네 개의 주산(四山)에 올라 서울의 풍광을 바라봐야지. 그렇게 마음에서 발로, 발에서 눈으로, 눈에서 다시 마음으로 담긴 서울을 이 무자비한 천민 자본의 건축으로부터 지켜야지. 서울을 지키고, 그렇게 우리나라 모든 도시들을, 도시와 함께 하는 자연들을 지켜야지. 또 그렇게 도시와 자연이 함께하는 것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일찌 감치 깨우쳤던 그 아름다운 미감과 안목을 내일의 세대에게 물려줘야지.
자연이 사람에게 편안히 깃들 품을 내주자, 처음 서울은, 서울의 사람들은 그 품의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알아 자연을 해치지 않고 정답게 공존할 도시를 만들었다. 그것이 궁궐 마저도 사람을 내리누르지 않는 조선의 미감이었다. 거대함과 위압감은 우리에게 없던 것이었다. 소쇄원의 기특한 자랑, 시냇물의 물길을 배려한 담장- 이것은 소쇄원 만의 특징이 아니라 우리나라 건축의 특징이었다. 깎지 않고 막지 않고 해치지 않는 것. 뽐내기 보다 언제나 부담없이 쉴 수 있는 안온함을 주는 것.
크고 거대한 것이 이 작고 구불구불한 오밀조밀한 땅에 어울릴까? 밀지 않으면, 깎지 않으면, 뚫지 않으며, 막지 않으면 들어설 수 없는 거대한 건물이 이 땅에 맞을까? 왜 우리나라 도시에 뉴욕을 옮겨오려 하는 것인지 나는 영 마뜩치가 않다. 그러나 참한 도시는 참한 사람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것. 우린 튀는 사람 잘난 사람이 되라고 배웠지 참한 사람이 되라고 배우지 못했다. 참한 사람... 오늘은 한글날.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의 마음도 참 참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가 꿈꾼 조선도 튀는 나라 세계 최고 이런 것들이 아니라 이 나라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참한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여튼 이 책,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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