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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반쪽님의 서재
노란집
사과반쪽  2013/10/11 15:13
  • 노란집
  • 박완서
  • 11,700원 (10%650)
  • 2013-08-30
  • : 4,244

가을입니다.   여름부터 뜨겁던 햇살은 한낮엔 여전히  따가워 그늘로 피하고 싶지만 막상 그늘에 숨어들면 옷깃 사이로 스미는 냉기에 다시 햇살이 그리워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손을 뻗게 만드는 계절이죠.  이 계절 따스한 햇살을 그리워하듯 한 사람을 추억하고 그리워 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습니다.  박완서 선생의 미발표  에세이 모음집인 <노란집>(열림원, 2013) 입니다.   박완서 선생께서 노년의 시간을 아치울이란 곳에 터를 잡고 지내셨는데요 그 터를 선생님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노란집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책 제목은 아마도 선생의 노년을 보내셨던 그 집의 이름을 빌어왔나봅니다. 책 제목부터 정겹고 따스하며, 아련해 집니다.

 

 

선생의 유작인  이 작품은  선생님의 모든 작품이 그랬듯 뼈있는 가르침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생의 작품을 다만 몇 권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늘 기대하게 만드는 그 무엇, 그리고 늘 한결 같은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선생님을 더욱 그립게 만드네요.   

 

책은 주로 노년의 세월을 보내며 느끼고  얻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솔직, 담백하게 담고 있습니다.   책의 첫 단원인  그들만의 사랑법에는  나이드신 마나님과 영감님의  깊고도 따스한 사랑에 대해 채워지고 있는데요  마치 곁에서 두 분의 삶을 들여다 보고 있는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실감 나는 글입니다.  선생은 이 소설을 통해 젊은 시절을 함께한 부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차차 미운정과 고운정이 버무러지면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노년의 사랑에 대해 들려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만듭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웃고 울게 만드는 선생의 힘은 무엇일까요.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내리막길의 어려움등은 선생의 자전적 에세이로써 어린시절과 결혼후 5명의 자녀를 키우며 겪던 그 시대 평범한 여인들과는 조금은 달랐던 선생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 냈습니다.  선생께서 작가로써 5명의 엄마로써  또는 독립된 인격체로써  일생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따스한 시선으로  살아오셨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선생은 늘 그렇듯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등을 빌어 뼈있는 가르침을  남깁니다.  같은 책을 읽고도 가르침이라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가르침으로써의 의미가 없겠지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러한  가르침을 어렵지 않게 알아 챌 수 있을 것입니다.  위트와 풍자를 통해 전하는 이러한 가르침이 선생의 책을 찾고 또 찾게 만드는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가르침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한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가해서  겪었던것을 회상한 '소탈한 결혼식과 서툰 주례사의 스승'에 대한 얘기는 두고두고 다시 읽어도  선생의 담백하고 간결한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글이어서  저는 글을 읽던 버스안에서  동안 짧은 호흡일지언정 가슴이 먹먹한 느낌마저 감돌았습니다.

 

선생의 글은 늘 다시 읽게 만들고 싶고, 한 줄 한 줄 곱씹게 만드는 힘을 가졌습니다.  그냥 휘리릭 읽어넘어가는 글이 아닌 다시 곱씹어서 그 맛을 오래도록 느껴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녹아 들어 있죠.  <노란집>에서도 여전히 그 힘이 느껴집니다.  오래 묵어 잘 발효된 된장을 풀어  호박과 매운고추, 감자, 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끓인 구수하고 맛있는  된장찌게를 먹고난 후 기분처럼  또 읽고 싶게 만들고, 그 깊은 맛을 음미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의 마지막장을 덥고 나니 이젠 더이상 선생님의 신작은 없겠다라는 마음에 책을 가슴에  한 번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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