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가의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나를 죽이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지렁이들은 제때 왔다. 우리가 다른 모든 종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하기 전에 와줬다는 게 감사할 정도다. 궤도는 가까스로 수정되었다. 나는 배낭에 들어 있던 은박 담요를 덮고 잠들며 가끔 웃는다. 내가 죽고 다른 모든 것들이 살아날 거란 기쁨에, 기이한 종류의 경배감에.
사람들이 죽었다. 지렁이들은 사람을 표적 삼아 공격하진 않았지만 건물들을 집어삼키면서 같이 삼켜버렸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었으므로, 그리고 그 죽음은 대개 즉시 확인할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감정들은 유예되었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때의 사람들이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했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