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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퀸님의 서재
  •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 경조울
  • 15,120원 (10%840)
  • 2023-12-22
  • : 1,213

저자는 현직 전문의이면서 경조증과 우울삽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2형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고 있다. 의사이면서 환자인 셈이다. 23살에 첫 진단을 받았지만 오랜 시간 인정하지 못하다가 10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정신질환을 받아들이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의 조울증을 겪으며 느낀 감정들에 대하여 기록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병을 인정하기가 참 쉽지 않았겠다 생각이 든다. 저자가 설명한 조울증 증상이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우울감과 쉽게 비교되지 않았다. 부정, 회피, 거부 등의 시기를 지나 병으로 인정하고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았고 저자는 호전을 보일 수 있었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얻은 마음의 안정 덕분에 현재는 병이 잘 관리되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의사이기 때문에 좀더 병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비슷한 사례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엄마' 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양극성 장애 환자들은 부모나 배우자,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결핍을 보인다고 했고 저자의 경우에는 그 대상이 엄마였다고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전반적으로 좋은 부모였지만 공감과 지지에 능숙하진 않았다고 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나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엄마에겐 너무 미안하지만 나는 엄마가 트리거가 되어 분노, 우울감에 휩싸이는 날들이 많았다. 내 낮은 자존감은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한 시간도 많다. 점점 나이가 들다보니 나의 아픔 외에도 엄마의 외로웠던 시간들이 보여 이제는 엄마에 의해 감정이 극단적으로 좌지우지 되지는 않는다. 이 또한 저자가 엄마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와 비슷하여 심히 놀랐다.

57 "누구나 그렇겠지만 엄마에 대한 양가감정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 동시에 증오했으며, 존경하면서 한편으로는 경멸했다."

82 '나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치유 효과가 있었다. 엄마로부터 감정적으로 독립하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고, 자존감을 높여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으니까. 엄마를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엄마의 유년 시절을 상상하고 엄마의 눈빛, 말투, 감정, 태도는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잃었다.

그리고 '낮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도 참 많이 공감되었다. 낮은 자존감은 건강하지 못한 연애,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그에 따른 문제들은 다시 저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되었다. 나 역시 낮은 자존감으로 오랜시간 고민하고 힘들었었다. 10-20 대 교회에 가면 늘 하는 기도가 '자존감이 높아지게 해주세요'였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했고 늘 나를 비웃는 듯 하여 위축되어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나는 그때의 내가 너무 안쓰럽다. 그렇게 기죽을 것도 없었는데, 좀더 내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되었었는데.. 타인에게 밉보이기 싫었던 나머지 내 감정에겐 가혹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가끔 나에 대한 경멸이 우울과 분노로 터져나올 때가 있었고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 우울증을 겪었던 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에서 경조증의 증상에는 내가 부합하지 않는데, 우울증의 증상에는 꽤 부합하는 얘기들이 많게 느껴졌다.

다행히 저자도, 나도 좋은 남편을 만나 더없이 사랑받고 마음의 안정을 누리며 극단적으로 우울감이 올라오는 경험은 많이 줄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좋다고 느낀게, 타인의 시선에 예전만큼 민감하지 않으며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익힌 듯 하다. 남들보다 약한 자존감을 타고 나서 이만큼 키워 온 만큼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아껴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끄덕거려졌다.

92 자존감이 낮으면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나를 싫어할까 봐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고, 늘 사랑받고 싶다고 느끼면서도 상대에게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한다.

208 퇴근 후 항상 누군가 나를 반겨주고, 잠들기 전까지 미주알고주알 대화를 나누며, 주말에 미리 아무런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런 환경이 확률상 최소한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위안이 되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니까.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양극성 장애에 대해서 새롭에 알 수 있었고, 저자의 고민에 내 고민이 대입되며 어떤식으로 극복하면 좋을지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완치가 아닌 관해 단계이지만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저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나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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